거짓말 한 가운데 Au coeur du mensonge (1999)

2010.01.27 11:50

DJUNA 조회 수:8761


브르타뉴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소녀의 미술 교사였던 화가 르네 스테른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서서히 삶이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하필 아내 비비안느가 동네 유명 인사인 저널리스트 제르맹-롤랑 데모와 수상쩍은 관계를 시작할 무렵에 말이에요.


[거짓말 한 가운데]는 거의 공식적인 샤브롤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도 그 공식성에 있어요. 샤브롤이 이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모두 그가 이전에 한 번 이상 다루었던 것들이거든요. 수상쩍은 상황 속에서 살인범으로 의심받는 모호한 인물, 중간에 낀 제3의 인물을 놓고 위태로운 게임을 벌이는 커플... 물론 이 모든 이야기들은 시골 작은 마을의 품위있는 부르주아 계급 사람들의 작은 세계 속에서 조용히 진행됩니다.


두 건이나 되는 충동적인 살인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피와 살이 튀는 드라마보다는 검시의의 무감정한 보고서 같습니다. 일단 이 영화엔 완벽하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우린 주인공 르네의 절망감과 자존심 결여에 기인하는 불안감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를 완전히 믿지도 않습니다. 그의 아내인 비비안느나 사건을 수사하는 르사쥬 서장은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지만 영화가 그들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는 대신 세 가지 범죄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연루된 사람들을 묘사하면서 흥미로운 개별 초상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제1 용의선상에 떠오른 르네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외에도 성적 문제가 있는 중년 남자, 화려하지만 따지고 나면 허세뿐인 속물 작가, 불륜의 유혹에 시달리는 아내, 새 여자 친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필사적인 이웃과 같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영화가 끝나면, 우린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정확하고 흥미롭게 기술된 범죄와 비행의 리스트를 얻게 됩니다. 여기서 샤브롤의 건조한 서술 방식은 이야기의 내용과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건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이 일련의 거짓말과 위장 속에서 벌이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샤브롤의 터치는 언제나와 같습니다. 전 이 영감님의 최근 작품들에 대해 다룰 때마다 늘 이런 식으로 변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명들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그는 이미 노장입니다. 그의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이미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드는지 아는 사람들이니 꼭 그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쓸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영화는 종종 심각하게 느려지고 그의 느긋하고 건조한 터치는 샤브롤이라는 감독이 얼마나 핏기없는 남자인지 모르는 풋내기 관객들을 심심함으로 고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특별히 연기상을 받을 정도로 튀지는 않지만 영화의 단조롭고 매정한 스토리에 완벽하게 봉사합니다. 특히 두 주연 배우 상드린느 보네르와 자크 강블랭은요. 아마 전 곧 자크 강블랭의 얼굴을 잊어버릴 겁니다. 샤브롤의 남자 배우들 중 아직도 제 머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드무니까요. 하지만 상드린느 보네르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지금이 훨씬 더 우아하고 아름답군요. (03/06/13)


★★★


기타등등

올해 프랑스 영화제에서 처음 접한 영화입니다. 무얼 또 보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게임의 규칙]을 다시 볼까 생각했는데, 화질이 나쁜 16밀리라 무료 상영한다길래 포기했습니다. 언젠가 나올 DVD를 기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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