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하 Gandahar (1986)

2010.02.07 09:36

DJUNA 조회 수:8152


[강다하]의 무대는 굉장히 나른해보이는 유토피아 행성입니다. 그런데 그 세계의 바다에서 이상한 습격이 시작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이 나타나 주민들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행성을 지배하는 여성 의회의 명령을 받은 기사 실뱅은 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날아갑니다. 거기서 그는 유전자 실험으로 기형이 된 돌연변이와 기계 인간들, 그리고 유전공학의 산물인 거대 두뇌 메타모르포시스를 만납니다. 드디어 적이 밝혀지자 천 년을 넘나드는 거대한 시간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다른 랄루의 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원작이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장-피에르 앙드로방이 쓴 소설을 각색했다고 하더군요. 분명 원작이 영화보다 나을 겁니다. 랄루는 좋은 스토리텔러는 아니니까요. [강다하]의 스토리는 지루하고 늘어지며 따분합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는 일 없이 말만 많고요. 레너드 말틴과 같은 미국 비평가들은 각본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시모프가 한 일은 프랑스 원작 각본의 각색에 불과하고 제가 본 프랑스어 버전에는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으니 그 사람 잘못은 아닐 겁니다.


늘어지는 스토리를 빼도 내용엔 문제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또 무성의하게 쓰이고 있는 시간 여행 가설은 패러독스와 궁금증만 만들 뿐입니다. 철학적 깊이는 갈수록 얇아지는 것 같아요. 남는 것이라곤 대사들을 예쁘게 꾸미는 길고 복잡한 이름들이랄까. 내용보다는 허풍이 더 강한 각본입니다.


당연히 남은 건 비주얼인데... 배경은 괜찮습니다. 해변에 서 있는 스핑크스를 닮은 성과 같은 것들은 말이에요. 랄루 영화 식 괴물들이 꽤 많이 나와 서커스적인 재미를 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캐릭터 디자인은 재미없고 심심하기만 합니다. 여자들 절반이 가슴을 드러내고 나오는 것으로는 그 재미없음이 커버가 되지 않죠. 이번엔 북한 애니메이터들을 부려먹으며 만든 애니메이션은[시간의 지배자] 때보다는 덜 뻣뻣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랄루는 [미개의 행성] 때가 절정이었어요. 요새는 그 성과도 미심쩍스럽지만요. [미개의 행성]의 성공이 랄루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사람이 부려먹은 체코 예술가들의 실력 때문이었을까요? (01/08/17)


★★


기타등등

1. IMDb에는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인 [Light Years]을 쓰고 있고 하비 와인스타인이 공동 감독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와인스타인의 무자비한 경력을 생각해보면, 제가 본 프랑스 버전과 영어 버전은 상당히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2. 위의 정보는 수정되었습니다. (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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