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투 미 Return to Me (2000)

2010.01.30 22:50

DJUNA 조회 수:4204


[제리 맥과이어]와 [주만지]의 배우 보니 헌트가 감독 데뷔작으로 내세운 영화 [리턴 투 미]는 징그러울 정도로 구식이어서 오히려 새로워보이는 작품입니다.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순진한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끌어가는 로맨틱한 영화니까요. 명색이 '로맨틱 코미디'니 만큼 귀여운 코미디 분위기 역시 유지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주인공의 심각함이 사라지지는 않으며, 이런 설정이 농담의 대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내용. 우리의 남자 주인공 건축가 밥은 동물학자인 아내 엘리자베스를 교통 사고로 잃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심장은 유전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화가 지망생 그레이스에게 돌아갑니다. 일년 뒤 우연히 만난 밥과 그레이스는 첫눈에 반하지만 그레이스가 자기 심장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게 되자 둘은 심각하게 갈등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장기 이식은 상당히 로맨틱합니다. 특히 심장 이식은요.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의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뛴다니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장기 이식에 대한 환상적인 소문이 그처럼 많이 떠도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 정도로 충분히 새로우면서도 낡은 스토리 라인과 정서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소재가 탄생한 것이죠.


영화는 이 소재를 충분히 활용했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맘만 먹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어 심장 이식과 관련된 신비주의적인 설정을 보다 극대화할 수도 있지요. 지금 사랑하는 여자의 몸 속에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의 심장이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남자 주인공의 고민을 훨씬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영화는 기초적인 갈등 구조만 따와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모두 끌어왔다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순진무구함이 사라졌을 겁니다. [리턴 투 미]는 프랭크 시내트러와 딘 마틴이 부드러운 배경 음악을 깔아주고 괴짜 조역 할아버지들이 창문 너머로 엿보는 동안 운명이 맺어준 두 연인들이 꽃들로 가득한 뒤뜰에서 수줍은 데이트를 하는 영화니까요. 네, 정말 수줍답니다. 2000년대에 개봉된 미국 영화이면서 다음과 같은 대사를 태연하게 쓰는 영화거든요. "손 잡아도 되나요?"


미니 드라이버와 데이빗 듀코브니는 어쩌면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는 이런 분위기를 부담없이 잘 살립니다. 둘은 진실로 그렇게 수줍고 성실한 연인들처럼 보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듀코브니와 연애 영화를 연결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무 무리가 없답니다. 오히려 액션 영화 같은 것보다는 이 쪽이 더 파볼 만하겠어요. 미니 드라이버 역시 이런 수줍은 캐릭터에 능한 배우고요.


그러나 영화를 정말로 흥겹게 만드는 사람들은 둘을 둘러싼 영감님들입니다. 특히 캐롤 오코너와 로버트 로지아가 좋아요.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오라일리 식당도 그들만큼 유쾌하고 별납니다. 식당 이름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죠. 아일랜드 이름이 붙은 이탈리아 식당이잖아요. 뒤섞인 혈연관계 때문에 아일랜드 계와 이탈리아 계가 엉뚱하게 뒤섞인 이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코미디는 상당히 귀엽습니다.


풋내기 감독의 서툰 터치가 종종 튀어나오긴 하지만, [리턴 투 미]는 유쾌한 영화입니다. 스토리가 지나치게 뻔할지도 모르지만 원래 이런 영화의 스토리는 뻔한 법이지요. 그리고 보니 헌트의 조금은 냉소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음 따뜻한 유머는 영화에 상당한 힘을 넣어줍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정말로 영화 속 캐릭터 같은 사람이었군요. 신기해요. (00/11/16)


★★★


기타등등

배닝턴 씨로 나오는 배우 딕 쿠잭은 존과 조운의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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