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2007)

2010.02.03 18:38

DJUNA 조회 수:12751

 

[가면]은 연쇄살인 이야기에요. 군복무시 같은 부대에 다녔던 남자들이 한 명씩 처참하게 살해당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들은 모두 군대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었죠. 피해자 이윤서는 군대에서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하고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에 들어가 있다가 실종되었고요. 근데, 알고 봤더니 이윤서는 주인공 형사 조경윤의 어릴 적 친구였답니다. 조형사는 그와 관련된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데, 중간에 밝혀지는 비밀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반전과 연결됩니다. 반전이 뭐냐고요? 말씀드릴 수 없어요. 개봉 전까지는 입다물고 있겠다고 했기 때문에. 하지만 짐작해보시죠. 조형사의 사생활 설정과 캐스팅된 배우들의 비중을 계산해보면 그냥 답이 나옵니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묵직해요. 군대의 성폭행이나 호모포비아와 같은 것들요. 하지만 영화가 이 주제를 다루는 방법은 결코 이상적이지 못해요. 일단 군대 성폭행에 대한 개념 정립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동성애자인 피해자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호모포비아를 극복하고 있지 않고 있고 이런 걸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결과물이 상당히 우스꽝스럽고요. 영화가 다루는 동성애 로맨스도 클리셰들로 범벅이 된 막연한 판타지에 불과해서 별다른 설득력이 없답니다.


형사물로서도 영화는 실수를 잔뜩 저지르고 있어요. 우선 이 영화는 직업인으로서 형사를 그리는 데 거의 완벽하게 실패하고 있어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정통 형사물보다는 [개그 콘서트] 콩트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에요. 멍청하고 실수 잘 저지르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엄청 똑똑하고 쿨한 줄 알죠. 웃겨요. 물론 이런 친구들도 등장할 수는 있죠.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종종 까먹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캐릭터들과 스타일이 충돌하죠. [가면]은 스타일리쉬하고 쿨한 형사물이 되고 싶은 영화거든요. 당연히 이 어리버리 [개그 콘서트] 형사들은 영화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죠. 시나리오가 추구하는 눈물찍 로맨스와도 잘 어울리는 편이 아니고. 사실 스타일도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구석이 있어요. 손으로 돌리는 크랭크 카메라로 찍은 장면이 한 10퍼센트 정도 되는데, 암만 봐도 미드의 아류처럼 보입니다.

 

배우들은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완벽하게 캐스팅되었거나 관리되지는 않았죠. 예를 들어 김민선은 동료들에게 남자취급 당하는 터프한 형사를 연기하기엔 너무 귀엽게 생겼죠. 보다 작은 비중의 조연들은 지나치게 연기를 과장하고 있어서 우스운 걸 넘어 거의 불쾌합니다. 캐릭터가 불쾌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설정과 상황을 과장하는 영화가 불쾌해 보이는 거예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가면]은 자기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영화예요. 그 결과물이 꽤 심각해서 영화가 끝나자 이를 교훈삼아 마구 자기반성을 하고 싶더군요. (07/12/17)

 

★★

 

기타등등

전 조형사가 헬멧도 안 쓰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닐 때마다 움찔하게 되더군요.

 

감독: 양윤호 출연: 김강우, 김민선, 이수경, 김성령 다른 제목: Rainbow Eyes

 

IMDb http://www.imdb.com/title/tt123347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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