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디보세 The Gay Divorcee (1934)

2010.02.01 06:50

DJUNA 조회 수:12528


[게이 디보세]에서 프레드 아스테어가 연기하는 가이 홀든은 뮤지컬 연출자이며 댄서입니다. 진저 로저스의 캐릭터 미미는 짜증나는 영국인 지질학자와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얽혀있는 미국인 유부녀고요. 가이는 친구인 변호사 에그버트와 런던을 방문했다가 항구에서 만난 미미에게 반하게 됩니다. 나중에 미미는 에그버트를 변호사로 고용하고 그는 미미에게 불륜의 현장을 연출하라고 제안하지요. 미미는 그 연극을 위해 브라이튼으로 가는데, 에그버트와 함께 그곳에 도착한 가이를 그 연극의 상대자라고 믿어버립니다. 나중엔 에그버트가 고용한 진짜 전문가인 이탈리아인 로돌포 토네티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고요.


이 영화의 원작은 [The Gay Divorce]라는 연극이죠. 이 작품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제목이 바뀐 이유는 순전히 헤이즈 규약 때문이었죠. 위원회 사람들은 이혼이라는 것이 밝고 명랑하게 그려지면 안된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하지만 개별 '이혼녀'는 그럴 수 있다는 거죠. 얄팍하죠?


제목이 무엇이건, 이 영화는 장르의 시작입니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진저와 프레드' 영화죠. 물론 그들은 이전에 [플라잉 다운 투 리오]에서 공연하긴 했지만 주연은 아니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이 영화는 그 뒤로 만들어진 '진저와 프레드' 영화의 모든 공식들을 만들었습니다. 컴컴한 현실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격리된 상류사회와 연예계, 호사스럽고 정갈한 30년대식 세트, 싫다는 진저를 프레드가 죽어라 쫓아다니다가 결국 둘이 맺어진다는 러브 스토리, 배배꼬인 스크루볼 코미디...


물론 처음이라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는 두 주연 배우가 관여하지 않은 댄스 장면들이 너무 많습니다. 수영복 차림의 에드워드 에버렛 호튼과 무명 시절의 베티 그레이블이 같이 춤추는 [Let's Knock Knees]은 귀여운 농담이라고 봐 준다고 해도 [The Continental] 후반부는 좀 깨죠. 진저와 프레드는 전반부에나 나올 뿐이고 후반부에서는 수십 명의 댄서들과 두 명이나 되는 가수들이 동참해 요란한 스펙터클을 연출하는데, 이건 좀 심했어요. 효과도 없는데 뭔가 불필요하게 많은 거죠. 농담들도 가끔씩은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이 어거지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강하고요.


그러나 '진저와 프레드' 콤비는 이 영화에서 거의 완벽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콜 포터의 명곡 [Night and Day]에 맞추어 두 사람이 처음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이들의 드라마를 몽땅 담고 있죠. 품 안에서 계속 빠져 나가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춤으로 유혹하는 남자의 드라마요. (불쌍한 프레드는 진저와 영화에 같이 출연할 때마다 이 짓을 끝없이 반복해야했죠.) 후반부에 불필요한 에필로그가 달려 있긴 해도 [The Continental]의 보다 로맨틱한 댄스도 멋지고, 둘이 결합한 뒤 호텔 방 안에서 추는 천진난만한 댄스를 보고 있으면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떠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들 영화의 핵심은 춤이란 말이에요.


코미디도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플롯은 어이없고 뮤지컬에 의해 종종 잘려나가지만 에드워드 에버렛 호튼과 미미의 숙모 호텐스로 나오는 앨리스 브래디의 날카로운 코믹 연기가 이를 보완해주죠. 전문 지골로 토네티로 나오는 에릭 로즈도 그 뒤에 출연했던 [탑 햇] 때보다 여기서가 더 좋더군요. (07/04/24)


★★★☆


기타등등

프레드 아스테어와 에릭 로즈는 브로드웨이의 원작 공연에도 참여했었습니다. 아스테러의 파트너는 클레어 부스였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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