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리브 위드 미 Come Live with Me (1941)

2010.01.27 11:37

DJUNA 조회 수:3060

감독: Clarence Brown 출연: James Stewart, Hedy Lamarr, Ian Hunter, Verree Teasdale, Adeline De Walt Reynolds

1.

빌 스미스는 써내는 소설마다 퇴짜맞는 풋내기 작가입니다. 조니 존스(요한나 엔스)는 곧 추방당할지도 모르는 오스트리아인 불법 체류자고요. 어느 비오는 날 밤 우연히 만난 그들은 즉석해서 계약을 맺습니다. 조니가 빌을 명목상의 남편으로 맞는 대신 빌은 조니에게서 최소 생활비를 타서 쓴다는 거죠.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만 비추는 결혼생활이지만 빌은 정체불명의 아내에게 빠져 버립니다. 왜냐고요? 조니는 아드리안의 호사스러운 할리우드 패션과 이국적인 중부 유럽 악센트로 장식된 아름다운 헤디 라마거든요.

문제는 빌이 조니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면서 시작됩니다. 하필이면 빌의 원고가 채택된 출판사의 사장이 조니의 유부남 애인인 켄드릭이었단 말이에요. 켄드릭이 어떻게든 둘 사이를 훼방놓으려고 하는 동안 빌은 자기와 이혼하려는 조니를 되찾기 위해 음모를 꾸밉니다.

2.

[컴 리브 위드 미]가 개봉되었던 1941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미국은 아직 참전하기 전이었지만 유럽은 전쟁과 나찌 정권의 탄압으로 오래 전부터 망가져 가고 있었죠.

스크루볼 코미디의 후반 전성기에 나온 발랄한 코미디이면서도 영화가 살짝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망명객인 조니 존스를 통해 유럽의 어두운 분위기를 조용히 담아오고 있습니다. 그 분위기는 양념처럼 살짝 뿌려진 정도지만 영화의 코미디에 멋스러운 쓴맛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그런 건 양념이고 영화는 여전히 경쾌한 삼각(또는 사각)관계 러브 스토리입니다. 정통적인 스크루볼 코미디가 되기엔 남녀간의 구두 결투가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얌전한 편이지만요. 영화의 분위기는 그냥 '로맨틱 코미디'라는 안전한 표현이 더 잘 맞습니다.

영화는 오해와 소동과 음모를 끌어들이기 위해 빌의 소설을 사용합니다. 빌이 쓴 미완성 소설을 통해, 켄드릭은 빌이 조니의 남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영화는 아무 영문도 모르는 빌과 모든 걸 알고 있는 켄드릭이 소설의 결말을 두고 싸우는 장면을 통해 흥겨운 간접 결투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그 뒤로 부분적인 정보들만 가지고 있는 조니와 빌이 어설픈 가면 무도회를 벌이는 장면들도 유쾌하고요.

제임스 스튜어트와 헤디 라마의 스타 콤비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일단 이들 사이엔 진짜 스크루볼 코미디의 콤비한테서 느낄 수 있는 불꽃 튀기는 대결이 없습니다. 헤디 라마는 이 장르에 그렇게까지 잘 맞는 배우도 아니지요. 하지만 바로 그 어긋난 느낌 때문에 영화가 고유의 느낌을 부여받기도 합니다. 라마가 정말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망명객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야기의 감흥은 더 커지고요. 장르의 고정 관념을 극복한다면 스튜어트와 라마의 로맨스는 믿음직하고 귀엽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앙상블은 강한 편입니다. 그만큼 조역들이 강해요. 특히 후반에 빌의 할머니로 나오는 애들라인 드 월트 레이놀즈는 인상적입니다. 켄드릭 부부를 연기한 베리 티즈데일과 이안 헌터도 좋은 배우들이고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잘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지만, [컴 리브 위드 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귀여운 코미디입니다. 달콤한 현실 도피의 도구로서 완벽한 기능을 하는 소품이랄까요. (03/02/17)

★★★

기타등등

애들라인 드 월트 레이놀즈에게 이 작품은 영화 데뷔작입니다. 당시 79세였지요. 제임스 스튜어트는 이 영화를 끝으로 입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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