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Chloe (2009)

2010.02.18 00:58

DJUNA 조회 수:8145

감독: Atom Egoyan 출연: Julianne Moore, Amanda Seyfried, Liam Neeson, Max Thieriot, Nina Dobrev

[클로이]의 주인공 캐서린은 영화 초반에 남편 데이빗이 제자들 중 한 명과 바람을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합니다. 하긴 그럴 때가 되긴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주변의 모든 예쁜 여자들에게 친절한 남편의 태도가 걱정스럽기도 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에 자신을 잃기도 했으니까요.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길이 있겠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그 '보통 사람들'은 결코 캐서린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캐서린의 대책은 무엇이냐... 이 사람은 우연히 여자화장실에서 만난 고급 콜걸인 클로이를 고용해 남편을 유혹하게 한답니다! 그런 식으로 클로이를 통해 남편이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 거죠.

여러분이 여기서 강한 프랑스 영화의 향취를 느꼈다면, 그건 아톰 에고이얀이 감독한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입니다. 원작 영화는 안 퐁텐의 2003년작 [나탈리 Nathalie...]로, 이 영화에서는 파니 아르당, 엠마뉘엘 베아르,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주연했지요. 전 못 봤습니다만. 하여간 이 영화는 에고이얀의 첫 리메이크이고 자신이 각본을 쓰지 않은 첫 영화라고 합니다.

그리 믿음 가는 시작은 아니지만 영화는 몇몇 매력적인 아이러니를 품고 있습니다. 몇몇이 뭐예요. [클로이]는, 남편과 아내, 매춘부로 구성된 일반적인 삼각관계 이야기가 가는 길을 거의 따르지 않습니다. 모든 것들이 궤도에서 어긋나 있지요. 결말의 반전은 사실 그리 눈치채기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어긋남이 덜 눈에 뜨이는 건 아닙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영화가 에로티시즘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홍보물에서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노출신을 흥행 포인트로 삼고 있지만 노출 장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에요. 이 영화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면들은 오히려 대화들입니다. 에로틱한 상황을 묘사하고 상상하는 과정들이죠. 그리고 그 과정은 그 대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전혀 다른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이 관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팠다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어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 도식적인 액션과 교훈과 결말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캐서린은 제대로 된 심리묘사의 과정 없이 후닥닥 소프트코어 포르노의 중간 단계를 거쳐 영화의 주제를 거의 논문 요약 정리하듯 낭송해야 하고, 클로이는 8,90년대 이후 수없이 쏟아져 나왔던 [위험한 정사]/[원초적 본능] 류 팜므 파탈의 함정에 스스로 뛰어듭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리 A급 감독이 A급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영화라고 해도 그냥 비디오 직행 B 영화입니다. 클로이를 이렇게 무심하게 타자화시키지만 않았어도 보다 나은 결말을 맺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만.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영화의 연기 파트는 대부분 줄리안 무어에게 갑니다. 그리고 무어는 언제나처럼 이 역할을 고전적인 위엄을 갖추고 정직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아만다 사이프리드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굉장히 잘 캐스팅되어 있습니다. 우선 무척 예뻐요. 그리고 이 사람의 하얗고 동그란 어린아이 얼굴은 캐릭터의 독특하게 유혹적인 면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지요. 이상한 상황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지만 사이프리드의 얼굴을 보면 그게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심심한 역할을 맡은 건 리암 니슨인데, 그게 그 사람에게는 다행이었지요. 영화 촬영 중 닥친 개인적 비극을 고려하면 말이죠. (10/02/17)

★★☆

기타등등

IMDb에서 확인해보니 줄리안 무어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생일이 같군요. 둘 다 12월 3일. 그런데 25년이나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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