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늑대인간 An American Werewolf in Paris (1997)

2010.02.18 22:25

DJUNA 조회 수:3434

감독: Anthony Waller 출연: Tom Everett Scott, Julie Delpy, Vince Vieluf, Phil Buckman, Julie Bowen, Pierre Cosso, Tom Novembre, Thierry Lhermitte 다른 제목: 파리의 미국인 늑대인간

듀나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이 거의 20년 전 영화라는 것이 황당하지 않나요? 하지만 더 황당한 게 있어요. [파리의 늑대인간]을 보면 정말로 그 동안 세월이 흘러간 흔적이 보입니다! 이럴 때면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파프리카 남들이 들으면 꼭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사람인 줄 알겠네요.

듀나 하지만 전 릭 베이커와 롭 보틴과 같은 사람들이 특수 분장의 새로운 문을 열던 때를 기억해요. 당시에는 몸에서 털이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대단한 기적이었다고요. 그런데 요새 영화에서는 털나는 수준을 예전에 넘어서서 그 자리에서 늑대로 변하기까지 하니 참 세상 많이 변하지 않았어요? 그 짧은 시기 동안 특수효과의 개념 자체가 달라진 거라고요.

파프리카 하지만 내용까지 달라진 것 같지는 아니잖아요? [파리의 늑대인간]은 [런던의 늑대인간]의 속편이 아니라 거의 리메이크입니다. 스토리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전편에 이어 그대로 재활용되고 있지요.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대가 바뀌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정도?

듀나 그 정도까지 닮지는 않았어요.

파프리카 하지만 적어도 발전은 안 보여요. 특수 효과만 발전하고 내용은 그대로인 것, 그걸 요새 할리우드 영화의 문제점이라고...

듀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특수효과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요소지만 스토리와 내용에는 그런 발전의 의무가 없습니다. [양철북]이 [햄릿]보다 나중에 나왔다고 해서 그 내용이 더 낫습니까? 더 나중에 나왔으니 더 나아야 합니까? [파리의 늑대인간]은 처음부터 안전한 장르 영화로 출발한 영화입니다. 애당초부터 엄청난 재해석을 의도하지도 않은 영화에서 어떤 대단한 내용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요?

파프리카 좋아요. 그럼 [파리의 늑대인간]이 적당한 장르 영화로서 할 일을 했다고 치죠. 그러나 조금 더 차별성을 가졌어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군요.

듀나 글쎄요. 전 '안전한 장르물'이 일정한 부분을 점유해야 나머지들의 발전에도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리의 늑대 인간]의 적당한 진부함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 대해 수다 떨 때 이미 거친 이야기지요.

파프리카 과연 이 영화가, 랜디스가 [런던의 미국인 늑대 인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파리라는 배경을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대부분은 파리가 아니라 룩셈부르크에서 찍혔잖아요.

듀나 스킨 헤드 족과 에펠탑, 하수도의 등장 정도는 히치콕 수준의 배경 활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점에 대해서는 너무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순진한 미국인들이 고색창연한 유럽에 와서 혼줄이 난다는 이야기 자체니까요. 미국인들의 '어리고 철없는' 분위기와 유럽 배경의 '나이들고 성숙한' 이미지의 대조만 적절하게 주어진다면 기능 면에선 충분합니다. 런던과는 달리 파리는 유럽 전체의 상징으로 기능할 수 있으니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겠죠.

파프리카 [파리의 늑대인간]은 안소니 윌러의 미국 데뷰작이지만 그 결과는 결코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박스 오피스 성적도 그저 그랬고 평도 나빴으니까요. 여러 면에서 전작인 [무언의 목격자] 쪽이 훨씬 나았지요.

듀나 그러나 그 자체로 따진다면 그렇게 불평할 영화는 아닙니다. 저는 나름대로 즐겁게 보았고, 생각해보면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꽤 여러 곳에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CG 버전의 늑대인간들을 출연시켜서 기술상의 업데이트를 보여주었던 것도 괜찮았으며 세라핀과 앤디의 러브 스토리도 분명 [런던의 미국인 늑대 인간]과 차별화되는 요소입니다. 사실, 해피 엔딩의 결말도 적절한 편입니다. 오히려 [런던의 미국인 늑대 인간]의 비극적인 결말이 영화의 분위기와 안 맞았죠.

파프리카 전 안 맞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랜디스의 영화에게 전형적인 결말은 매우 중요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개별 농담들이 더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파리의 늑대인간]의 결말에 특별한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듀나 쥘리 델피는 이제 '귀여운 프랑스 여자' 역으로 미국인들에게 굳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델피는 이 영화에서 상당히 좋습니다. 적당히 신비스럽고 적당히 유럽인 같으며, 엠마누엘 베아르와는 달리 영어 대사도 능숙합니다.

파프리카 델피는 평론가들에게 유일하게 좋은 평점을 받았던 요소였죠.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그냥 밋밋합니다. 앤디 역의 톰 에버렛 스코트는 너무 평범해서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군요.

듀나 이런 영화의 주인공이 꼭 독특한 개성이나 인간적인 매력을 풀풀 풍겨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적당히 주인공 위치에 있다는 것만 알려주면 대충 관객들이 쫓아올 테니까요.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에서 데이빗 노턴이 어떤 얼굴이었는지 기억나요?

파프리카 아뇨.

듀나 것 봐요.

파프리카 이쯤해서 결말을 내는 게 어때요? 전 솔직히 말해 부시의 뮤직 비디오 쪽이 영화보다 더 좋았습니다. 다시 말해 [파리의 늑대인간]을 그 뮤직 비디오 분위기로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진부함, 진부함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아주 정공법으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그런 '안전한 장르 영화'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듀나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정도도 신나는 킬링 타임 롤러코스터로 나쁠 건 없어요. 참,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 또는 의도적인 장난을 소개하죠.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이름은 앤디 맥더못 Andy McDermott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에이미로 나오는 배우 줄리 보웬이 텔레비전 시리즈 [익스트림 Extreme]에 출연했을 때 그 캐릭터의 이름도 앤디 맥더못 Andie McDermott이었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파프리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데요. 생각해야 하나요? (98/06/10)

★★☆

기타등등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시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전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의 결말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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