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우 더 플릿 Follow the Fleet (1936)

2010.01.30 23:13

DJUNA 조회 수:3804

감독: Mark Sandrich 출연: Fred Astaire, Ginger Rogers, Randolph Scott, Harriet Hilliard, Astrid Allwyn, Harry Beresford 

[폴로우 더 플릿]은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의 다섯 번째 콤비작입니다. 이 영화 앞뒤로 [탑 햇]과 [스윙 타임]이 나왔으니 이들 콤비의 최전성기에 나온 영화죠.

영화의 기본 설정은 언제나와 같습니다. 프레드는 관심없는 진저를 추적하고 둘은 중간중간에 춤을 추고 그러는 거죠. 하지만 이 작품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이들은 '수준'을 조금 낮추었어요. 프레드 아스테어가 연기한 캐릭터 베이크 베이커는 해군 수병입니다. 진저 로저스의 캐릭터 셰리 마틴은 병사들한테서 돈 받고 춤을 추는 댄서고요. 이들은 원래 한 팀이었는데, 셰리가 베이크의 청혼을 거절한 뒤 갈라섰죠.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이들은 다시 팀이 되고 셰리는 베이크의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바뀐 설정은 캐릭터와 연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솔직히 아스테어가 평범한 수병처럼 굴기 위해 껌을 씹고 건들거리는 모습은 별 설득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스테어가 그런 짓을 하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하면 평범한 행동에 불과한 동작들이 댄스 넘버처럼 튀고 신기해 보이죠. 진저 로저스는 아스테어보다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로저스 개인의 매력과 기량이 그 어떤 때보다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코미디언으로서 빛날 뿐만 아니라 댄서로도 훌륭해요. 이 사람의 독무를 볼 수 있는 희귀한 기회이기도 하고요.

둘의 댄스 넘버들은 극에서 극을 오갑니다. [Let Yourself Go]와 [I'm Putting All My Eggs In One Basket]은 발랄하고 유머가 가득하며 날아갈 것 같이 가볍습니다. 아스테어와 로저스는 이전처럼 완벽한 댄스 넘버를 꾸려내는 대신 춤추는 다른 커플들을 익살스럽게 흉내내거나 호흡이 맞지 않는 것처럼 절묘한 엉터리 춤을 춥니다. 아스테어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괴상할 정도로 심각하고 묵직한 댄스 넘버인 [Let's Face The Music And Dance]를 마지막에 삽입합니다. 이 넘버는 아스테어/로저스 콤비의 걸작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체적인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부록이기도 하죠.

다른 아스테어/로저스 콤비의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또다른 차이점은 이들 콤비의 로맨스가 비교적 가볍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이들이 연인으로 재결합한다는 게 아니라 댄스 콤비로 재결합한다는 거죠. 로맨스의 결여가 걱정되었는지, 영화는 베이커의 친구인 빌지(랜돌프 스코트)와 셰리의 언니 코니(해리엇 힐러드)의 연애담을 삽입합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에서 아스테어와 로저스의 캐릭터들은 연인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조연이 되지요. 물론 주연보다 역할이 크고 돈도 많이 받는 조연이지만요. 빌지와 코니의 이야기는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꼭 넣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시간만 잡아먹고 영화의 페이스만 떨어뜨리지요.

약한 각본과 균형이 맞지 않는 캐릭터 분배에도 불구하고 [폴로우 더 플릿]은 여전히 아스테어/로저스 콤비의 걸작들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보면 약한 각본은 이들에게 또다른 기회였을 수도 있어요. 다른 영화에서 늘 찾아볼 수 있었던 세련된 성적 유혹과 전희는 많이 사라졌지만, 스토리와 설정에서 해방된 두 노련한 연예인들이 펼치는 재주 자랑은 정말 유쾌하거든요. (05/09/12)

★★★☆

기타등등

무명 시절의 루실 볼과 베티 그레이블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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