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티드 베일 The Painted Veil (2006)

2010.01.30 22:30

DJUNA 조회 수:5379

감독: John Curran 출연: Naomi Watts, Edward Norton, Liev Schreiber, Toby Jones, Diana Rigg, Anthony Wong Chau-Sang, Sally Hawkins

[페인티드 베일]은 제가 가장 처음 읽은 W. 서머셋 몸의 소설이에요. 가장 온전하게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첫 인상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까지 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읽기도 했죠. 주인공들의 인상이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요.

이 이야기는 사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복수담이에요.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다 바람난 여자가 있고 그런 아내에게 정말로 복수하고 싶은 남편이 있습니다. 1920년대 중반에 중국에서 살고 있던 영국인 세균학자인 남편은 거의 중세 이탈리아인이나 저지를 법한 해결책을 찾습니다. 콜레라가 창궐하는 마을의 병원 원장이 되어 아내를 그곳에 데리고 가는 것이죠. (실제로 몸은 단테의 연옥편에서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근데, 마을에 도착하자 그들의 진로는 조금 엉뚱하게 틀어져 버립니다. 고립된 지역에서 콜레라와 싸우는 동안,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과 상대방에게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고결함과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존 커런의 영화는 이 이야기를 거의 고전적인 할리우드 로맨스처럼 끌고 갑니다. 이국적인 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럽계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인 거죠. 사실 원작도 거기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이 무대이면서도 제대로 된 중국계 캐릭터는 영어가 유창한 유대령 한 명밖엔 없고 중국이라는 나라도 순전히 주인공들을 역경 안에 집어던지기 위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새 캐릭터들을 넣어 이야기를 흐릴 수는 없는 거겠죠.

전체적으로 영화는 원작보다 둥글둥글합니다. 주인공 키티는 원작에서 그려진 것보다 훨씬 덜 천박하고 남편 월터는 원작에서 그려진 것보다 더 로맨틱한 연인이지요. 아무리 머리를 흑발로 염색하고 닳디닳은 연기를 펼쳐도 친절함과 우아함이 뚝뚝 떨어지는 나오미 와츠와 여전히 느긋한 미국인 청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에드워드 노튼의 원래 이미지 때문일까요? 꼭 그것만은 아닐 거예요. 각본 역시 원작의 모난 부분들을 잘라내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키티는 다시 만난 정부 앞에서 원작에서보다 훨씬 당당해요. 더 편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의 매서운 성격 묘사가 떨어져 나간 것 같아서 밍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몸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설정과 스토리는 여전히 남아 있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우수하고, 감독 존 커런의 감도 꽤 좋은 편이고,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촬영과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도 좋아서, [페인티드 베일]은 여전히 꽤 잘 만들어지고 보기도 좋은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종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예쁘장하고 멀끔해서, 번지르르한 관광영화처럼 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07/03/06)

★★★

기타등등

영화의 내용과는 반대로, 나오미 와츠와 리에브 슈라이버는 이 영화를 통해 커플로 맺어졌죠. 가끔 이런 일들이 일어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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