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의 신부 The Bride of Frankenstein (1935)

2010.02.06 10:22

DJUNA 조회 수:3190

감독: James Whale 출연: Boris Karloff, Colin Clive, Valerie Hobson, Ernest Thesiger, Elsa Lanchester, Una O'Connor

전작 [프랑켄슈타인]이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자, 유니버설사에서는 속편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감독인 제임스 웨일이 속편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죠. 웨일은 전작이 쓸데없이 후일담을 붙일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완벽한 영화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건 맞는 생각이었습니다. 셸리의 원작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사라진 건 사실이지만 특별히 그런 걸 덧붙여서 이야기를 늘릴 필요는 없었지요.

하지만 왕년의 성공을 다시 한 번 재현하려는 유니버설 사의 압력에 웨일은 결국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툴툴거리면서 속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속편의 제작 여건은 여러 면에서 전작보다 나았습니다. 제작비도 늘어났고, 배우들과 스탭들도 더 뛰어났으며, 결정적으로 제임스 웨일이라는 남자가 4년 동안 진짜 영화 예술가로 부쩍 성장해 있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좀 엉뚱하게 시작됩니다. 19세기 초 어느 비오는 밤, 바이런 경과 퍼시 셸리는 얌전히 자수를 놓고 있는 메리 셸리에게 괴물의 후일담을 이야기해달라고 합니다. 메리 셸리는, 사실 그 괴물이 죽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죠.

본편은 1편이 끝난 그 풍차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풍차는 다 타버렸지만 괴물은 풍차 밑의 지하수 속에서 살아남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사로 잡힌 괴물은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지만 그의 흉물스러운 외모 때문에 늘 오해를 받고 공격을 당합니다.

그러는 동안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프레토리우스 박사라는 연금술사가 찾아옵니다. 그는 자기 역시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프랑켄슈타인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프레토리우스의 다음 목적은 여자를 만드는 것이었지요. 프레토리우스의 협박에 못이긴 프랑켄슈타인은 다시 여자를 창조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주 순수한 창작이 아닙니다. 괴물이 겪는 수난은 메리 셸리의 소설에도 있습니다. '신부'의 아이디어 역시 소설 속에 있죠. 하지만 이런 기존 아이디어가 웨일 자신의 비전과 결합한 결과는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한마디로 망측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입니다. 전작 [프랑켄슈타인]은 단아하고 고전적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그런 것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철철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영화는 호러와 코미디, 진지한 드라마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면서 관객들의 정신을 혼란시킵니다. 전작 [프랑켄슈타인]에서도 그런 싹이 보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주 의도적으로 장르와 감정을 뒤섞고 있지요. 유나 오코너가 연기한 코믹한 가정부 미니처럼 순수하게 코믹하기만 한 캐릭터도 있고, 풍차의 잔해에서 슬며시 기어나오는 괴물의 손처럼 순수한 호러 장면도 있으며, 장님 허미트와 괴물의 우정처럼 순수한 드라마도 있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미쳐 날뛰는 혼돈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프레토리우스 박사가 프랑켄슈타인에게 자기 창조물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가 검은 천으로 가려진 유리병을 꺼내자 그 안에는 왕과 왕비, 주교, 악마로 행세하는 작은 사람들이 들어 있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장면이지만 관객들이 [프랑켄슈타인]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장면은 절대로 아니지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도 이런 장면들 때문입니다. 아니, 현대 관객들에게 오히려 더 어필할 수도 있지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현대 캠프 미학에 익숙한 관객들의 취향과 완벽하게 일치하니까요.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인데, 제임스 웨일의 동성애적 취향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드러난 영화도 없습니다. 일단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입고 있는 말도 안되는 옷과 벼락 맞은 헤어스타일을 보세요. 프레토리우스는 거의 메피스토펠레스적인 악마지만 그만큼이나 노골적인 동성애자이기도 합니다. 신혼생활을 즐기는 프랑켄슈타인을 끌어내 신부를 '창조'하려는 그의 행동에서 관객들이 동성애적인 유혹을 읽어내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겠어요? 물론 전편에서 이어지는 괴물의 수난에서 타고난 아웃사이더의 고통이 표출된다는 사실도 잊을 수는 없지요. 웨일은 이런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당시 사람들에게는 꽤 경악스러웠을 신성모독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괴물을 묶어 끌고오는 장면을 보세요. 거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와 같죠.

스튜디오 시대의 전성기인 30년대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컬트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웨일은 그런 면에서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감독에게 전적으로 완벽한 자유를 제공해주는 스튜디오에서 멋대로 자기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그런 짧은 자유는 칼 레믈리의 유니버설 시대가 끝나면서 종말을 맞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와 같은 영화들이 남아 있습니다. (01/03/07)

★★★★

기타등등

[신들과 괴물들] 중간을 보면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의 촬영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근사한 장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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