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끝나는 곳 Where the Sidewalk Ends (1950)

2010.02.20 00:13

DJUNA 조회 수:2557

감독: Otto Preminger 출연: Dana Andrews, Gene Tierney, Gary Merrill, Bert Freed, Tom Tully, Karl Malden, Ruth Donnelly, Craig Stevens

오토 프레민저는 1940년대에 데이나 앤드루스와 진 티어니를 기용해 지금은 필름 느와르로 분류되는 일련의 영화들을 20세기 폭스사를 위해 만들었는데, [인도가 끝나는 곳]은 그 마지막 작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의 20세기 폭스 영화들을 꼭 필름 느와르의 장르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엔 필름 느와르에 대한 자의식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프레민저의 영화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 '장르'의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기 때문이죠. [타락천사]와 함께 전통적인 필름 느와르의 형식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작품인 [인도가 끝나는 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크 딕슨이라는 형사입니다. 범죄자들에 대한 지나친 폭력 행사로 상사에게 찍힌 그는 도박장 살인범을 쫓다가 용의자를 그만 실수로 죽이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살인 혐의를 그가 싫어하는 사기꾼인 스칼리지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지만 혐의는 피살자의 옛 사위였던 택시 기사 직스 테일러에게 돌아가고 맙니다. 더 재수없게도 그는 테일러의 딸인 모건을 사랑하고 있었죠.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번째 도막에서 우리는 마크 딕슨이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를 은폐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이 부분은 거의 순수하게 기계적인 서스펜스에 의해 지탱되고 있지요. 딕슨에게 일단 감정 이입을 한 관객들은 그가 들키지 않길 바랍니다. 두번째 도막에서 영화는 종교적 갱생담으로 탈바꿈합니다. 딕슨은 직스에게 화살이 돌아가자 어떻게든 그들을 자기가 만든 함정에서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그러기 위해 이용하는 편법들은 모두 실패하고 말죠. 이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진실을 말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뿐입니다.

[인도가 끝나는 곳]에서 재미있는 건 이 장르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남성적 자아도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마크 딕슨은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인물이지만 영화는 단 한 번도 그의 자아도취를 방치하지 않죠. 겸손하기까지 한 미니멀리스트인 데이나 앤드루스를 딕슨 역에 기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딕슨은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 주인공의 고민에 빠져 있지만 앤드루스는 그 감정이나 설정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의 캐릭터가 자아도취적인 행동에 나서면 영화는 잽싸게 그의 앞길을 막고요. 심지어 영화는 속죄를 위한 거창한 산화조차도 허용하지 않죠. 영화는 딱 하나의 길만 가리킵니다.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 정직함과 책임감이죠. 그 결과 영화는 권선징악 해피 엔딩 비슷하게 맺어지지만, 장르 공식과 '싸나이들의 자존심'을 고려해보면, 마크 딕슨은 오히려 장렬한 산화보다 훨씬 더 어려운 선택을 한 거죠.

노골적인 속죄담임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끝나는 곳]의 세계는 흑백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뉴욕은 조셉 라살이 찍은 흑백 화면처럼 다양한 종류의 회색들이 섞여 있는 곳이죠. 모든 사람들이 죄를 짓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무고한 피해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 세계지만, 프레민저의 냉정한 시선이 개입되면 이 회색은 보다 명쾌한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물론 그게 덜 '멋있다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05/10/14)

★★★☆

기타등등

무명시절의 칼 말덴이 앤드루스의 상사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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