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공주 모모코 Shimotsuma monogatari (2004)

2010.01.31 19:08

DJUNA 조회 수:6063

감독: Tetsuya Nakashima 출연: Kyôko Fukada, Anna Tsuchiya, Hiroyuki Miyasako, Ryoko Shinohara, Kirin Kiki 다른 제목: 시모츠마 이야기, Kamikaze Girls

[불량공주 모모코 (시모츠마 이야기)]는 같은 시골 동네에 사는 열 일곱 살 소녀라는 걸 제외하면 문화적 교집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두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번 주인공은 프릴이 달린 화사한 드레스에 중독되어 있고 툭하면 프랑스 로코코 시대를 꿈꾸는 모모코입니다. 2번 주인공은 모모코가 인터넷 매장에 올려놓은 짝퉁 베르*체 옷을 사러 집에 왔다가 괜히 친구하자고 을러대는 폭주족인 이치고고요.

이들은 개성적인 캐릭터들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속한 일본 대중문화의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인물들입니다. 아마 이 작품(원작소설이 있는 듯 한데 그게 어떤지는 저도 모르죠)의 아이디어도 "롤리타족 애와 양키족 애를 붙여 놓으면 어떻게 되나 구경해보자"였던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진짜로 주목할만한 점은 현재 존재하는 일본 대중 문화의 모든 조각들을 무작정 묶은 뒤 극단적인 키치감각과 초현실주의에 버무려 내어놓는 솜씨입니다. 결코 그 결과가 세련되거나 독창적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솔직히 저 같은 사람은 그 요란한 핑크색과 과장된 위악 때문에 슈가 러시가 일어날 지경입니다. 보다 보면 머리가 아파요. 하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인 건 분명합니다.

영화의 이야기나 갈등 자체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모양만 조금 다를 뿐이지, 십대들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이미 거쳐 간 내용들이죠. 모모코의 행동과 취향이 워낙 괴상해서 튀긴 하지만 결국 이 캐릭터도 영화가 끝날 때 쯤이면 안정된 결말에 도달합니다. 그 결말이 정서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 역시 꽤 재미있는 편이라 흠잡을 생각은 들지 않지만요.

그러나 영화에서 중요한 건 줄거리가 아니라 캐릭터들과 그들의 충돌입니다. 아까 이들이 일본 서브 컬처의 대표로 존재한다고 했는데, 둘이 워낙 대조되는 인물들이고 그 서브 컬처 자체가 튀기 때문에 이들이 같은 화면에 있기만 해도 영화는 심심해지지 않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노골적인 게이 서브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플롯과 심리묘사, 설정은 모두 로맨스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치고가 모모코에게 매달리는 기본 설정부터 그렇죠. 사람들은 원래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매달리지는 않잖아요. 이들의 이야기는 로맨스로 이해하면 훨씬 쉽게 풀립니다. 아무리 억지로 이치고에게 이성애 첫사랑 에피소드를 달아주고 "얘들은 게이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라고 외쳐도요. 그게 그렇게 자신 있었다면 5분만 지나도 다들 잊어버리고 전체 스토리와도 거의 연결되지 않는 그런 에피소드를 왜 넣었답니까? :-P

하지만 그 역시 별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량공주 모모코]는 의미와 서브텍스트를 따질만한 깊이가 존재하지 않는 영화니까요. 그냥 괴팍하게 차려입은 예쁘장한 여자 배우들과 그들이 엮어가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과 도를 넘어서는 스타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추파춥스를 빨면서 영양을 따질 필요가 없는 것처럼요. (05/08/18)

★★★

기타등등

모모코의 단골 가게인 'Baby, The Stars Shine Bright'는 정말 있는 곳이더군요. 여기 공식 페이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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