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 로마에 가다 Sabrina Goes to Rome (1998)

2010.02.19 19:17

DJUNA 조회 수:3019

감독: Tibor Takács 출연: Melissa Joan Hart, Tara Charendoff, Nick Bakay, Richard Steven Horvitz, Eddie Mills, James Fields 다른 제목: 사브리나 인 로마

1.

사브리나가 로마에 갔습니다. 놀러 간 게 아니라 중대한 가족사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400년 전 이탈리아에서 마법을 잃고 로켓 안에 갇힌 소피아 고모(네, 힐다와 젤다 고모 말고 고모가 또 있었다는군요)의 마법을 벗기기 위해서였지요.

로마에서 사브리나는 아직 마법이 서툰 영국 마녀 그웬과 친구가 되고 파파라치 폴과 사랑에 빠집니다(하비는 어떻게 하고? 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엔 하비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나오니까.) 그러나 사브리나가 마녀라는 걸 알아차린 폴과 폴의 친구 트래비스는 사브리나가 마법을 부리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돈을 벌려 하고...

2.

[사브리나 로마에 가다]는 일종의 막간극입니다. 시즌과 시즌 사이의 빈 틈을 채우기 위한 텔레비전 스페셜이지요.

우린 이런 영화에 그렇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노리는 것은 시즌 사이에 쌓인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스튜디오 안에서 갇혀 있던 캐릭터를 보다 넓은 공간으로 풀어주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문제는 많은 '스페셜' 에피소드들이 그런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작품들은 30분 또는 1시간 짜리 원래 에피소드 하나보다도 떨어집니다.

[사브리나 로마에 가다]도 예외는 아닙니다. 훨씬 다양한 액션과 특수 효과가 동원되고 이야기도 커졌지만(사브리나는 400년 전으로 돌아가 악당들과 펜싱을 하고, 하비와는 꿈도 꾸지 못했던 심각한 연애도 하며, 그림 엽서와 같은 로마의 풍경이 꽉 막힌 스튜디오를 대신합니다) 아무래도 뭔가 부족합니다.

그건 원래 시리즈의 정수를 시리즈가 제대로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장수 시리즈의 매력은 몇 년 동안 고정된 세트와 설정 속에서 반복되는 동안 그 틀 안에서 성장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스페셜'은 새로운 설정 속에서 스펙타클을 추구하느라 그 기초적인 것도 돌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스펙타클은 독립적인 영화에 비하면 하찮습니다. 아무 것도 건질 수 없게 되고 마는 거죠.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빌린 플롯은 그저 그렇고 폴과의 로맨스도 화끈한 맛이 없으며 영화 전체는 틴에이저물의 미신적 감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리즈의 유머가 줄어들었으니 그런 감상의 해독제도 없고요.

저야 젤다와 힐다 고모도 등장하고 캐릭터의 원래의 유머가 살았다면 더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쪽 사람들 생각은 또 다를지도 모르지요. 하긴 시간 때우기엔 나쁘지 않고 팬들은 잡지식을 긁어모으느라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3.

멜리사 조앤 하트는 그냥 사브리나입니다. 그러나 비교적 질질 끌리는 스토리 때문에 원래 캐릭터의 매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더군요.

오히려 맹한 마녀 그웬 역의 타라 카렌도프가 신선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카렌도프의 얼굴을 보는 것만 해도 저한텐 나름대로 소득이 되었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카렌도프는 상당히 막강한 경력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전문 성우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해진 목소리를 이미지와 함께 점검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99/11/28)

★★

기타등등

[사브리나 로마에 가다]는 1998년 Youth in Film Award에서 최우수 가족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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