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Emma-Kate Croghan 출연: Frances O'Connor, Alice Garner, Radha Mitchell, Matthew Dyktynski, Matt Day, Suzi Dougherty

미아와 앨리스는 새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미아의 여자 친구 대니가 가장 그럴싸한 해결책이겠지만 미아는 대니에게 구속받을까봐 그 아이디어를 뒤로 밀어놓죠. 하긴 미아는 과목 바꾸느라 너무 바빠서 그런 데 신경 쓸 여유도 없습니다. 뻣뻣한 대학 관료 체계에서부터 죽음의 신까지 모두 미아의 간단한 계획을 방해하려고만 하는 듯 하니까요. 그러는 동안 앨리스는 혼자 짝사랑하던 교내 바람둥이 아리와 가까워지지만 몰래 앨리스를 짝사랑하는 의대생 마이클이 수줍게 그녀의 주변을 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되면 마이클의 진심이 앨리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사랑과 그밖의 재앙들]은 다섯 멜버른 대학생들의 하루를 쫓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하루는 몇가지 면에서 친숙합니다. 어느 나라에서건 대학이라는 곳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그런 분주한 느낌에 익숙할 것이고, 두 러브 스토리들을 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고전적인 청춘 영화식이며, 수많은 대중문화의 파편들과 저예산 영화 스타일이 범벅이된 모양새는 전형적인 X세대 영화식이니까요.

이 영화의 교훈 역시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의 전철을 따릅니다. 미아는 한참 바쁘게 뛰는 동안 지금까지 그녀가 무심하게 방치했던 대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습니다. 앨리스는 아리를 통해 멀리 있는 판타지를 쫓다가 결국 그녀의 '운명의 사랑'이 코 앞에서 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것 말고 더 할 말이 있었다면? 아마 '관료체계는 끔찍해' 정도?

여기에 뭔가 더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있다면 미아와 대니의 관계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 여기고 넘어가는 그 태평스러움 정도겠지요. 영화는 동성애라는 이슈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치는데, 그런 걸 언급하는 것 자체가 촌스럽기 그지 없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하긴 그 때문에 해방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동성애자라고 늘 동성애 이슈만 생각하라는 법도 없으니 말입니다.

[사랑과 그밖의 재앙들]은 전체적으로 맘 좋은 영화입니다. 워낙 맘이 좋고 귀여워서 욕하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그 때문에 신선함이 부족하고 날이 무디다는 단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종종 투입되는 유머도 많이 성공한 것 같지 않고요.

괜찮은 배우들이 자칫하면 평범해질지도 모르는 영화의 분위기를 구제해줍니다. 아마 이 영화가 영화사에 남는다면 결국 배우 때문이겠지요. 프랜시스 오코너와 라다 미첼이라는 두 재능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배우들을 발굴해 세계 영화계에 내보낸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니 말입니다. (01/01/03)

★★☆

기타등등

제가 가지고 있는 비디오는 판매용이 아니라 영화사 홍보용입니다. 그 때문에 종종 '이 비디오는 판매용이 아니므로 운운...'의 협박조 경고문이 자막으로 떠서 사람을 귀찮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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