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달라스 Stella Dallas (1937)

2010.01.31 22:52

DJUNA 조회 수:4785

감독: King Vidor 출연: Barbara Stanwyck, Anne Shirley, John Boles, Barbara O'Neil, Alan Hale

1.

이 유명한 클래식 할리우드 시대의 멜로드라마의 제목을 들어보신 적 없는 분들이라도 이 영화의 줄거리는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딸을 상류사회에 보내기 위해 모녀의 인연을 끊어버리는 어머니 이야기지요. 딸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머니는 군중 속에 섞여 창문 너머로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물론 리메이크 영화가 있습니다. 베트 미들러와 트리니 알바라도 주연으로 한 번 리메이크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는 킹 비더가 감독한 오리지널입니다. 사실 올리브 히긴즈 프루티가 쓴 원작소설은 25년에도 이미 한 번 만들어진 적이 있었으니 아주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가장 잘 알려져 있죠.

2.

[스텔라 달라스]의 가장 큰 갈등 요소는 계급 차이입니다. 경제적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것이지요. 리처드 달라스는 그 긴 별거기간 동안에도 늘 스텔라의 생활비를 챙겨주었으니까요.

먹성좋은 중산계급의 문화에 의해 평준화된 현대를 사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감이 오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올리브 히긴즈 프루티가 이 소설을 쓸 때만 해도 세상은 달랐습니다. 각 계급의 문화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고 그 차이는 돈지갑의 두께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계급간의 결혼이 그렇게 문제가 되었던 것이고 또 그 많은 수가 스텔라와 리처드 달라스의 결혼처럼 결국 파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영화는 이 모든 갭을 극도로 과장합니다. 부잣집 아들을 꼬시는 데에 성공한 스텔라는, 결혼 이후 상류 사회로 도약하려는 모든 시도를 갑자기 포기해버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젊었을 때는 상당히 센스있어 보였던 스텔라가 나이가 들자 극도로 끔찍한 패션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딸 로렐은 그렇게 멀쩡하고 세련되게 키울 수 있었던 건지?

물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지요. 하여간 스텔라는 자신의 천박함이 딸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용감하게 딸을 포기합니다. "이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어쩌구의 연기를 하면서 로렐을 아버지에게 쫓아내는 거죠.

멜로의 극을 달린다고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이런 트릭은 빅토르 위고 같은 높으신 양반도 [레 미제라블]에서 써먹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위고의 방법은 [스텔라 달라스]보다 세련된 것이지만, 올리브 히긴즈 프루티는 빅토르 위고가 아니었고 스텔라 달라스도 장 발장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아무리 통속적이고 유치찬란하다고 하더라도 그 마지막 결말은 관객들에게 상당히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희생이란 그렇게 대단한 것입니다. 스텔라 달라스에게 딸 로렐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스텔라가 천박하고 생각없는 여자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마지막 패를 내던졌을 때, 그녀는 여왕만큼이나 고결한 인물이 됩니다.

3.

이 영화는 바바라 스탠윅만을 위한 영화입니다. 제가 이 배우를 아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었던가요? [스텔라 달라스]는 바바라 스탠윅이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영화 중 하나이며, 스탠윅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스텔라 달라스는 스탠윅의 일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박하고 유치할지는 몰라도 황금같은 마음을 한 하층 계급의 여성은 이 배우가 아주 잘 연기하는 역할 중 하나였으니까요. 이 배우 특유의 자연스럽고 소탈한 매력은 이런 캐릭터에 아주 잘 맞아서 그 결과는 아주 훌륭합니다.

앤 셜리는 아름답고 스탠윅과 좋은 콤비입니다.

4.

세월은 바뀌었습니다. 이제 [스텔라 달라스]와 같은 이야기가 예전만큼 먹히지 않게 된 거죠. 리메이크 버전 [스텔라]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937년에 스텔라의 희생은 고결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의 스텔라도 딸을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 보내려고 발버둥칠 때, 관객들은 내용이 어색하고 어머니가 속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고 세상이 나아진 것이겠죠.

5.

하여간 이렇게 통속적인 이야기를 무지 세련되게 꾸려나가는 클래식 할리우드 시대의 장인들의 실력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전의 힘이란 이런 데에서 나오나 봅니다. (98/09/14)

★★★

기타등등

1. 로렐을 연기한 앤 셜리라는 배우의 이름이 이상하게 낯이 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이 배우는 정말로 [빨강머리 앤]의 타이틀 롤을 했었고 그 뒤에 그 이름을 자기 예명으로 쓰기 시작했답니다!

2. 필름스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 영화는 DCN을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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