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3 Scream 3 (2000)

2010.02.06 21:09

DJUNA 조회 수:3238

감독: Wes Craven 출연: Neve Campbell, Courteney Cox, David Arquette, Patrick Dempsey, Scott Foley, Lance Henriksen, Parker Posey, Matt Keeslar, Jenny McCarthy, Emily Mortimer, Liev Schreiber, Heather Matarazzo

1.

[스크림] 삼부작은 결코 끌어가기 쉬운 시리즈는 아니었습니다. [13일의 금요일]와 같은 일반 슬래셔 무비 시리즈에서는 그냥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스크림] 시리즈에서는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죠. 그 상황에 대해 지적인 논평을 덧붙여야 했습니다.

가장 쉽게 만들어진 영화는 [스크림] 1편이었을 겁니다. 장르 전체가 처녀지처럼 누워서 논평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각본가 케빈 윌리엄슨은 그냥 그 안에 걸어들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들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리즈가 되자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또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2편에서는 속편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터를 파려고 했습니다. 그 중 상당수는 성공적이었지만 그래도 1편보다는 할 이야기가 딸린다는 건 분명했죠.

그리고 3편에 이르자 사방이 꽉 막혀버렸습니다. 윌리엄슨이 3편 각본을 포기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요? 시리즈의 결말에 대해서? 말이야 쉽죠. 그걸로 어떻게 2시간을 끌어요? 게다가 스토리와 미스테리는? 이미 [스크림] 1, 2편이 괜찮은 방법들을 다 써먹지 않았나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스크림 3]은 상당한 성공작입니다. 네, 이 영화가 전편들에 견줄만한 작품이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촉박한 촬영 스케줄과 꽉 막힌 설정, 아이디어의 부족 속에서 이런 수준의 영화를 끌어낸 건 대단한 성과입니다.

2.

3편의 무대는 할리우드입니다. 시드니는 졸업해서 여성의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고 [스태브]는 성공적인 시리즈가 되어서 지금 3편이 제작되는 중입니다. 게일은 여전히 잘 나가는 저널리스트이고, 듀이는 영화사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고요. 그런데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또 해골 가면을 쓴 살인자에 의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영화에서 살해당하는 순서대로 죽이는 것 같은데, 또 그 살인은 시드니 엄마의 과거와도 어떤 관계가 있는 듯 싶어요. 다시 시드니와 게일, 듀이는 살인마와 대결하게 되고...

사실 3편에는 우리가 [스크림 3]이라는 영화에서 기대할 만한 모든 것들이 있습니다. 해골 가면을 쓴 살인자, 공포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장황한 논평 (2편에서 죽은 랜디가 다시 돌아와 3부작과 시리즈 결말 짓기에 대해 거창한 연설을 한답니다!), 피투성이 살인, 뜻밖의 범인...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리즈의 흐름입니다. [스크림] 시리즈는 2, 3편으로 나갈수록 공포 영화라는 오락 산업의 중심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1편은 열성적인 장르 영화 관객들의 이야기였습니다. 2편에서 그들은 영화 학도들이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이중의 자기 복제를 경험했습니다. 3편에서는 그 복제된 영화 시리즈의 제작 현장 속에 주인공들을 밀어넣으며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를 완성시킵니다. 결국 그들은 학살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일어났던 이 모든 학살들의 제1원인으로 돌아온 것이지요. 거의 운명론적인 귀결이 아닙니까?

그 결과 꽤 재미있는 농담들이 만들어집니다. 논평은 오히려 2편보다 많죠. 하지만 방향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장르 분석은 자기 분석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농담의 상당수는 공포 영화라는 전체 장르가 아닌 바로 [스크림] 시리즈 자체에 대한 것들입니다. 제작 중 끝없이 바뀌는 각본, 인터넷에 노출된 결말, 극비 촬영과 같은 것들을 보세요. 어떻게 보면 웨스 크레이븐의 [뉴 나이트메어]와 상당히 닮아있기도 하죠.

그밖에도 재미있는 할리우드 농담이 가득합니다. 캐리 피셔가 캐리 피셔와 꼭 닮은 영화 자료 보관소 직원으로 나와서 할리우드의 섹스 폴리틱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이나, 주인공들과 주인공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것들 같은 것 말이에요. 특히 파커 포시가 연기하는 제니퍼는 유쾌한 농담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3.

유감스럽게도 [스크림 3]은 자기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각본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새 각본가 에린 크루거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다듬지는 못했던 거예요.

우선 각본은 제대로 된 미스테리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범인의 정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설정으로 전체 3부작을 통일되게 묶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복선이 거의 없고 범인의 계획이 너무 구멍 투성이라서 설득력도, 뜻밖의 범인이 드러날 때 관객들이 느껴야 마땅한 놀라움도 없습니다. 주인공들의 행동도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고요. 일단 왜 그들은 휴대폰을 경찰 부르는 데 쓰지 않는 겁니까?

디테일도 비교적 떨어집니다. 케빈 윌리엄슨이 그립다면 바로 이 때문이죠. 윌리엄슨의 장기인 활기찬 캐릭터들과 멋진 대사들 모두가 사라지고 없으니까요. 크루거는 아직까지 스토리와 아이디어 사이에 끼어서 제대로 캐릭터들을 인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웨스 크레이븐도 1, 2편과는 달리 좀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도 지친 모양이에요. 살인 장면들은 이전 영화의 반복에 지나지 않고 독창성도 많이 떨어집니다.

4.

그래도 전 [스크림 3]이 만들 필요가 없는 영화였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스크림] 삼부작은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모두 흥미진진한 작품들입니다. 완벽한 작품들은 아니었고,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점점 질이 떨어지는 것 역시 각오해야 했지만, 그래도 한 번쯤 해볼만한 시도였어요. 이런 것도 각오하지 않고 무얼 하겠습니까. (00/04/11)

★★☆

기타등등

[스태브]의 출연 배우들은 모두 기존 배우들의 이름들을 조각낸 이름들을 달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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