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George Lucas 출연: Hayden Christensen, Ewan McGregor, Natalie Portman, Christopher Lee, Samuel L. Jackson, Frank Oz, Temuera Morrison, Daniel Logan, Ian McDiarmid, Jimmy Smits, Pernilla August, Anthony Daniels, Kenny Baker

'클론 전쟁'은 [스타 워즈] 4편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습니다. 루크와 오비-원 케노비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죠. 루크가 "You fought in the Clone Wars?"라고 묻자, 오비-원 케노비는 "Yes, I was once a Jedi Knight the same as your father"라고 대답합니다. 나중에 이 정체불명의 전쟁은 레이아 공주의 구조 요청 메시지에서 다시 언급됩니다. "General Kenobi, years ago you served my father in the Clone Wars."

이 대사들을 썼을 때, 조지 루카스가 뭔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맘에 품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클론 전쟁'이라는 이름이 멋있다고 생각했었겠지요. 이 각본이 쓰여졌던 1970년대에는 클로닝 기술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이미 클로닝이 가능했고, 포유류의 클로닝 성공도 코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클론 전쟁'은 펄프 SF를 쓰려는 풋내기 작가가 생각없이 쓱 끄집어내 쓸만한 이름이었죠.

루카스가 첫번째 3부작을 쓸 때까지만 해도 '클론 전쟁'은 문제가 될 게 없었습니다. 그건 그냥 옛 시대의 거창한 사건을 암시하는 막연한 이름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그가 프리퀄 삼부작을 시작한 뒤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언급하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었던 거예요. 결국 [스타 워즈] 프리퀄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과연 언급되는 '클론'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게 누구 편인지도 모르는 중에도요.

전편인 [보이지 않는 위험]처럼, [클론의 습격]도 몇십 년 전에 생각없이 대충 엮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복구하는 과정입니다. 일종의 점잇기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작가도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세력에 말려들었다'라는 결말 하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니까요. 사실 그 짧은 결말이 처음부터 쓰여진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창작 과정에 대한 작가의 주장은 결코 믿을만한 게 아니거든요.

결과는? 역시 [보이지 않는 위험] 때와 비슷합니다. 영화는 스토리 자체보다는 할당된 시간 동안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바쁩니다. 그 때문에 스토리는 쉽게 밋밋하고 작위적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러브 스토리죠. 네, 원래부터 루카스는 연애물을 그렇게 잘 쓰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거칠게 쓰여진 레이아 공주와 한 솔로의 로맨스를 별 무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에서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이야기는 뻣뻣하게만 보이는 걸까요? 그건 레이아와 한 솔로의 이야기가 기존 캐릭터의 기반 위에 쓰여진 것이지만,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이야기가 '둘이 결혼해서 루크와 레이아를 낳는다'라는 결말을 위한 의무적인 전개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연애는 억지로 하는 학교 숙제였던 셈이죠. 둘 사이가 그렇게 뻣뻣해 보였던 것도 당연합니다. 결코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니었어요. 아나킨의 복수나 암살자 추적전과 같은 다른 스토리들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라 이미 고정된 레일을 따라 끌려오는 것이죠.

그런데도 불과하고 루카스는 자신의 작가적 능력을 과신합니다. 다시 레이아와 한 솔로로 돌아가보죠. [제국의 역습]에서 그들의 로맨스가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그들의 감정 교류가 위에서 진행되는 액션 밑에서 조용히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맨스가 어설퍼도 위의 액션이 충분히 커버해줄 수 있었고, 액션 자체가 로맨스의 엔진이 되어 주었죠. 하지만 [클론의 습격]에서 그는 아미달라와 아나킨을 고립된 오아시스에 데려다놓고 연애만 하게 합니다. 어설퍼보이는 게 당연해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영화는 서서히 서사극의 장엄함을 선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클론 전쟁, 죽음의 별, 스타 디스트로이어...)을 하나씩 떨구면서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수법은 단순하지만 종종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드라마도 상당히 커졌습니다. 아나킨과 아미달라의 연애담, 오비-원 캐노비의 추리소설 탐정식 활약으로 시작되는 영화 초반은 다소 밋밋하지만 두쿠 백작이 등장하고 시스 족의 음모가 드러나면 영화의 무게가 어느 정도 잡힙니다.

결정적으로 상당히 화려한 전쟁 장면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우주전 장면은 거의 없지만, 제다이 일행과 전투 드로이드 부대의 대결에서 시작되어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가 운명을 가르는 광선검 결투로 이어지는 액션신은 [스타 워즈] 시리즈의 공식에 비교적 충실하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액션을 구성하는 드라마가 조금 더 강했다면 좋았겠지만요.

1편처럼 비주얼의 성찬은 2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1편처럼 세계 유람을 하지는 않지만 새로 등장한 몇몇 컴퓨터 그래픽 외계인들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배우들은? 나탈리 포트먼과 헤이든 크리스텐센은 연애신에서 상당히 불편해 보입니다. 하긴 바탕이 되어야 할 대본이 거칠거칠했으니 이해가 갑니다. 이들이 영화 전체를 통해 하는 연애담은 아미달라와 시녀의 짧은 이별신보다 오히려 더 감정의 힘이 약한 듯 합니다. 유안 맥그리거는 1편보다 훨씬 여유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기 일을 능숙하게 하면서도 특별히 억지로 자기 카리스마를 강조할 생각을 하지 않는 전문가다운 연기였어요. 가장 눈에 들어오는 배우는 두쿠 백작역의 크리스토퍼 리입니다. 노련한 전문 악역 배우의 본때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리처럼 거창한 오버 액션은 하지 않지만 장고 펫 역의 테무에라 모리슨도 좋은 악역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텐데요. 프랭크 오즈의 컴퓨터 그래픽 요다는 존재감이 조금 떨어지지만 표정은 훨씬 풍부해졌고 마지막 액션 장면도 상당히 박진감이 넘칩니다. 팬시 인형 같이 작고 귀여운 요다가 갑자기 날고 기는 액션을 선보이는 통에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말이에요.

[클론의 습격]은 나쁘지 않은 속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번째 [스타 워즈] 3부작에서 단순소박함은 매력이었고 스토리와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두번째 3부작을 통해 뭔가 복잡하고 거창하며 세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그가 여전히 자신의 단순소박한 어투를 고집한다는 것이죠. 그가 새 시리즈를 위해 특수 효과를 업그레이드했다면 각본도 같은 과정을 밟아야 하지 않을까요? (02/07/05)

★★★

기타등등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재미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린 아직 젊은 오웬과 베루, 오르가나 의원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루크와 레이아의 가족사를 조금 더 자세히 알 수도 있습니다. 가끔 만나는 엑스 윙과 밀레니엄 팔콘을 찾아낼 수도 있고요. 분장을 벗은 아흐메드 베스트나 안소니 다니엘즈와 같은 배우들을 찾아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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