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7 11:42
감독: Alice Wu 출연: Michelle Krusiec, Joan Chen, Lynn Chen, Jin Wang, Guang Lan Koh, Jessica Hecht
[세이빙 페이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익숙하다면, 그건 우리가 비슷한 이야기들을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반은 이민 2세대와 1세대의 갈등을 그린 수많은 미국 영화들에서, 나머지 반은 커밍아웃을 다룬 수많은 게이 영화들에서요. 어쩌겠어요. [세이빙 페이스]는 감독인 앨리스 우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랍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어딜 가도 비슷비슷한 법이죠. 그렇다고 자서전적인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영화의 주인공은 윌이라는 외과 레지던트입니다. 비교적 잘 돌아가던 윌의 세계는 어느 날 갑자기 지진에 얻어맞은 것처럼 흔들리는데, 48살 먹은 과부 엄마가 아빠도 모르는 애를 임신하고 집에서 쫓겨나 딸 집에 들어온 거예요. 발레리나 여자친구 비비안과 막 데이트를 시작한 윌은 이 복잡한 사생활 속에서 도대체 해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눈치채고 있는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해버릴까요? 파리로 떠난다는 비비안은 어떻게 하고? 할아버지가 억지로 결혼시키려는 엄마를 어떻게 도와야 하죠?
영화의 주인공은 윌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는 윌의 엄마입니다. 조운 첸이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한 마디로 너무 귀여워요. 전형적으로 고리타분한 중국인 엄마이면서, 48살에 첫사랑을 하고 덜컥 임신까지 해버린 대책없는 아줌마잖아요. 전 지금까지 조운 첸이 코미디를 한 걸 본 적이 없는데, 이걸 보면 정말 아쉽다는 생각밖엔 안 듭니다.
상대적으로 윌과 비비안의 로맨스는 조금 죽는 편인데, 하긴 잘 나고 능력있는 젊은 전문가들인 그네들의 고민은 엄마의 고민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비비안은요. 이 친구가 "난 쿨한 엄마 아빠한테 오래 전에 커밍아웃한 NCBT 발레리나인데, 아빠 병원의 실력있는 외과 레지던트랑 사귀는 중이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4년 계약 제안을 받았어. 하지만 여자친구가 일 때문에 바빠서 나랑 자주 데이트를 못하고 발레보다는 모던 댄스를 하고 싶어서 고민이야"라고 종알거릴 때, 전 그냥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호강에 겨운 것아~~~~!! 그걸 지금 불평이라고 하고 있냐~~~~!!"
하지만 전체적인 균형은 여전히 좋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은 윌과 엄마의 관계이니, 딸의 로맨스까지 꼭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요. 윌과 엄마의 이야기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으며 윌과 비비안의 관계도 이들 이야기에 비교적 잘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 좋고요. 클라이막스와 맺음이 조금 도식적이긴 하지만 이런 로맨스 영화가 연인들의 행복한 키스로 끝나지 않으면 미진하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05/11/15)
★★★
기타등등
비디오 가게 장면을 보면 조운 첸이 [마지막 황제]의 비디오 커버를 지나치는 장면이 나오죠. 그 세계에서 [마지막 황제]의 여자 주연 배우는 누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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