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질 때까지 Wait Until Dark (1967)

2010.02.05 22:36

DJUNA 조회 수:3613

감독: Terence Young 출연: Audrey Hepburn, Alan Arkin, Richard Crenna, Efrem Zimbalist Jr., Jack Weston, Samantha Jones, Julie Herrod

[어두워질 때까지]는 프레드릭 노트의 동명 무대 희곡을 각색한 작품이죠. 줄거리는 다들 아실 겁니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여자가 사진작가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마약이 든 인형을 노리는 세 악당들이 그 집을 찾아옵니다. 악당들은 경찰과 남편 친구로 위장하며 어떻게든 여자로부터 인형을 빼앗으려 하지만 도대체 그 인형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리고 과연 잔뜩 겁에 질린 맹인 주인공이 그들의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네, 영화는 핸디캡을 전면으로 내세운 그랑 기뇰식 고문극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눈도 보이지 않고 그 장애에 제대로 익숙해지지도 않은 한 나약한 여성이 사악한 의도와 흉기들을 휘두르는 악당들과 함께 갇혀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상황이 아닌가요? 당사자에게는 결코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악몽이고, 관객들에게는 완벽한 서스펜스물의 소재죠.

감독인 테렌스 영은 노트의 원작을 크게 바꾸지는 않습니다. 인형이 넘어오는 부분을 설명하는 도입부와 군데군데 잠깐씩 삽입되는 야외 장면을 제외하면, 모든 액션이 반지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원작의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요. 하긴 바꾸기도 힘들 겁니다. 노트의 작품물들은 통풍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거든요.

그 때문에 영화는 녹화된 연극처럼 느껴집니다. 제한된 공간도 그렇지만 구성도 그렇지요. 모든 문제들이 삼일치의 압축된 구성 내에서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몇몇 설정들은 다소 인공적입니다. 그러나 로저 이버트가 종종 나오는 억지 설정을 놀려대며 별을 하나도 주지 않은 건 좀 심한 일이었어요. 그 정도의 인공성은 드문 일도 아니고 관객들도 이해해줄 수 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남편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맹인 여성이 그렇게까지 빈틈없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하여간 이 연극적인 특성은 영화 감상의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종종 강화시키지요. 제한된 공간과 논스톱으로 진행되는 액션 덕택에 폐소공포증과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가중됩니다.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수지에 대한 친밀함 역시 증가되고요. 게다가 원래 수지를 둘러싼 음모는 원래 좀 연극적인 구석이 있었어요. 세 악당들이 영화 내내 벌이는 건 수지를 관객으로 한 연극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라디오극이겠지만요.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로 마지막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헵번 최고의 명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아카데미에 어울리는 연기였던 건 사실이었어요. 핸디캡의 묘사를 전면으로 내세운 기교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었으니까요. 다소 연극적인 과장이 눈에 뜨이긴 해도 좋은 연기입니다. 악당 로트를 연기한 앨런 아킨의 사악한 연기는 보면 볼수록 유쾌하고요. (05/02/15)

★★★

기타등등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의 액션을 살리기 위해 당시 극장에서는 그 장면을 틀 때는 극장 안의 조명을 완전히 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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