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와 루시 Wendy and Lucy (2008)

2010.01.27 11:45

DJUNA 조회 수:8200

감독: Kelly Reichardt 출연: Michelle Williams, Lucy, Will Patton, Will Oldham, John Robinson, Wally Dalton

웬디는 고향인 아리조나를 떠나 알래스카로 가는 중입니다. 가지고 있는 것은 낡아빠진 혼다 어코드 하나, 500달러 조금 넘는 현금, 옷가지 조금 그리고 잡종개 루시. 도대체 이 아가씨가 왜 알래스카를 목적지로 선택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지, 아니면 지도에서 가장 먼 곳을 찍어 그쪽으로 가는 건지. 어느 쪽이건 이 여행은 웬디에게 아주 절실합니다.

영화가 시작될 무렵, 웬디는 오레건의 작은 마을에 와 있습니다. 그 정도면 많이 왔죠. 하지만 여기서 웬디는 발목을 잡혀 버리고 맙니다. 일단 자동차가 고장났어요. 그리고 루시가 사라져버렸죠. 웬디는 정신 나가기 직전입니다. 이 곳에 그냥 머물 수는 없어요. 휴대전화도 없고 집주소도 없는 젊은 여자를 누가 고용해주겠어요. 게다가 공장이 닫은 뒤로 마을엔 제대로 된 일거리 자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루시를 버리고 그냥 가나요? 그럴 수는 없어요. 척 봐도 루시는 이 아가씨에게 세상 전부나 다름없는 유일한 친구입니다.

웬디는 필사적으로 루시를 찾아다닙니다. 루시가 다닐만한 곳을 뒤져보고, 동물 보호소에도 가보고, 포스터를 만들어 이곳저곳에 붙이기도 하죠. 심지어 루시를 잃어버린 곳에 자기 옷을 남겨두기도 해요. 보고 있으면 정말 처절합니다. 정말 무딘 사람이 아닌 바에야 웬디의 입장에 감정이입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웬디를 연기하는 미셸 윌리엄스의 모습에도 할리우드 스타의 화려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어요. 정말로 이 사람은 길 가다가 개를 잃어버린 가난한 젊은이처럼 보입니다.

웬디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를 잃어버린 주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좋았겠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사랑하는 개를 되찾는다는 간단한 목표를 막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적인 것입니다. 웬디에겐 돈이 없어요. 루시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동안 그녀가 가진 얼마 안 되는 현금은 조금씩 줄어듭니다. 그러는 동안 웬디와 마주친 재수없는 아무개씨의 말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겠지요. "감당할 수 없다면 개를 키울 자격이 없어요."

여러분이 영화의 결말을 알아차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끔찍한 내용은 아니에요. 사실 신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아주 절절하고 진실된 신파라 울컥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면서 관객들을 이렇게 확실하게 무장해재시킬 수 있다니 놀라워요. (09/04/10)

★★★☆

기타등등

미셸 윌리엄스는 영화 찍는 동안 머리도 안 감고 다리 털도 안 밀고 매니큐어도 안 하고 노메이크업 상태로 살았다는군요. 며칠 동안은 차에서 자기도 하고. 정말 그래보여요. 그래도 여전히 예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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