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 The Omen (1976)

2010.01.31 18:01

DJUNA 조회 수:4885

감독: Richard Donner 출연: Gregory Peck, Lee Remick, David Warner, Billie Whitelaw, Harvey Stephens, Patrick Troughton, Martin Benson

1.

[오멘]은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70년대 호러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악마주의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엑소시스트]의 아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가장 성공적인 아류입니다. [오멘]이 파고 든 소재는 악마주의라는 것만 뺀다면 [엑소시스트]와 전혀 상관 없습니다.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제가 '계시록 센세이셔널리즘'이라고 부르는 상업적 종말론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다룬 영화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상당한 충격 효과들도 있습니다. 물론 슬래셔 무비의 열풍이 지나쳐간 요새의 관객들에게는 무척 온화하게 보입니다만 그래도 악마의 아들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방식은 아직도 섬뜩한 구석이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브래넌 신부가 떨어진 피뢰침에 찔려 죽는 장면입니다.

그레고리 펙이나 리 레믹과 같은 일급 배우들의 효과적인 연기, 리처드 도너의 능숙한 연출과 같은 것들이 이 영화에 1급 할리우드 영화의 미덕을 갖추는 데 한 몫 했습니다. 제리 골드스미스의 센세이셔널한 음악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이 정도로 효과적인 소재를 이 정도로 매끈하게 만들어냈으니 당시 성공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2.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멘]은 약발이 닳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호러 영화란 장르의 특성상 오랫동안 '쇼커'의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걸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오멘]의 노화를 쉽게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엑소시스트]나 [로즈마리의 아기]와 같은 영화는 충격 효과가 낡아도 영화의 힘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충격 효과의 얄팍한 장식이 아니라 보다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멘]을 구성하는 것은 철저한 겉꾸밈입니다. 이 영화는 장식 만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는 계시록과 세계의 종말, 악마의 아들과 같은 엄청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들은 관객의 폐부를 찌르는 원초적인 공포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허세가 정도를 넘었습니다.

이 허세는 각본과 설정의 지나친 작위성 때문에 더 싸게 보입니다. [오멘]의 스토리는 깊이 빠지기엔 너무 빈틈이 없습니다. 666이란 숫자의 남발, 계시록 예언의 직설적인 도입까지 이르면 영화는 거의 실소감이 됩니다. 각본이 아이디어의 센세이셔널리즘을 너무 믿고 있는 것이죠. 아이디어 혼자만 이리저리 뛰어 다니기 때문에 서커스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는 어린 아이의 천진한 아름다움과 악마의 원초적 사악함의 결합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악마의 아이 대미안은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랍니다. 대미안 역의 하비 스티븐즈도 거의 개성이 없는 배우고요. 오히려 흥미진진한 배우는 유모인 베일록 부인으로 나오는 빌리 와이틀로입니다. 차라리 이 배우를 좀 더 부각시켜서 대결 구도로 보냈으면 나았을 걸 그랬어요.

3.

성공적인 호러 영화 답게 [오멘]은 세 편이나 되는 속편을 낳았습니다. 가장 나은 것은 [오멘 2]인데, 그래도 그게 가장 원작의 야한 센세이셔널리즘에 충실했기 때문이지요. 샘 닐이 어른이 된 대미안으로 나온 [오멘 3]은 그 어설픈 해피엔딩 때문에 원작까지 망쳐버렸고요. 새 악마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오멘 4]는 도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 (99/06/19)

★★☆

기타등등

이 영화는 일요일에 개봉한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죠. 기독교도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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