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Wild Things (1998)

2010.02.05 22:38

DJUNA 조회 수:4747

감독: John McNaughton 출연: Matt Dillon, Denise Richards, Neve Campbell, Kevin Bacon, Theresa Russell, Daphne Rubin-Vega, Robert Wagner, Bill Murray

사우스 플로리다의 블루베이 고등학교에서 선도 교사로 있는 샘 롬바르디는 지방 유지의 딸인 켈리 반 라이언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씁니다. 선도 학생 중 한 명인 수지의 증언으로 법정까지 가게 된 샘은 변호사 켄 보든의 도움으로 풀려나지만...

대충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시작만 그렇다는 거죠. 앞으로 이야기는 한참 남았습니다. 영화는 끝없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야기를 엉뚱한 쪽으로 끌어가니까요.

[와일드 씽]의 구성은 꽈배기처럼 비틀려 있습니다. 많이 비틀려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규칙적으로 뒤틀려져 있기도 하다는 말이지요. 이 영화에서 반전은 각 장의 도입 역할을 합니다. 영화는 비슷비슷한 길이의 여러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비슷한 수준의 반전이 나와 관객의 시점을 바꾸어 주는 거죠. 이 반복이 너무 규칙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곧 언제 반전이 나올지 짐작할 수 있게 될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 그건 영화의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도 맹수들이 들끓는 늪지만큼 무서우니라."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반전들은 등장인물의 먹이 사슬을 재구성하면서 철저한 약육강식에 의해 구성된 사건의 살벌함을 차근차근 폭로합니다.

뭐, 그렇다고 맥노튼이 이 주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맥노튼이 만드는 영화는 천박하고 야한 소프 오페라입니다. 야한 섹스 신과 누드가 잔뜩 나오고 (출시된 비디오에서는 정말 많이 잘렸지만) 극중 인물들이 야하고 노골적인 음모에 몰입하는 경박한 이야기 말이에요.

반복되는 반전은 그 이야기의 경박함을 의식적으로 강조하는 역할도 합니다. 반전 한 번은 충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칙적인 반전의 반복은 희극적이고 가볍습니다. 맥노튼은 각 반전들을 비슷한 어조와 리듬으로 처리하면서 이 규칙적인 살육이 결코 진지한 것이 아니라는 걸 관객들에게 확인시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작품은 세련된 헐리웃의 기술진과 A급 배우들을 동원한 싸구려 트래쉬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를 보는 방법은? 싸구려 영화에 대한 죄의식을 벗어던지고 그 요란한 천박함을 신나게 즐기는 거죠. (99/06/03)

★★★

기타등등

맥노튼은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사건을 설명하는 장면들을 삽입합니다. 특별히 필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꽤 참신한 설명법이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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