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블랑카 Carrotblanca (1995)

2010.02.05 23:55

DJUNA 조회 수:4768

감독: Douglas McCarthy 출연: Greg Burson, Joe Alaskey, Bob Bergen, Maurice LaMarche, Tress MacNeille

[캐롯블랑카]는 1995년에 개봉된 극장용 워너 브라더즈 단편 영화입니다. [루니 튠즈] 시리즈가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게 60년대 초였으니 30년만의 귀환이었던 셈이죠.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카사블랑카]의 패러디입니다. 무대는 캐롯블랑카라는 사막 도시에 있는 주스 가게인 '카페오레 아메리캉'. 소악당 트위티가 가게 주인 벅스 버니에게 비밀 서류를 맡기고 나간 바로 그 날, 벅스 버니의 옛 여자 친구인 페넬로프가 남편 실베스터와 함께 그 가게에 나타납니다.

영화는 [루니 튠즈] 캐릭터들을 총동원한 뒤 그들의 개성에 맞게 [카사블랑카]의 캐릭터들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벅스 버니는 당연히 릭입니다. 대피 덕은 흑인 피아니스트 샘이고요. 페넬로프(페페 르 퓨에게 늘 쫓겨다니는 암고양이말이에요)는 일자이고 실베스터는 빅토르 라즐로이고 페페 르 퓨는 경찰국장 루이이고 트위티는 유마테이며 요세미티 샘이 연기한 팬더모니엄 장군은 스트라서 대위에 해당되는 인물이지요.

[루니 튠즈] 캐릭터들이 늘 [카사블랑카]의 캐릭터들과 대응하는 건 아닙니다. 루이 르네를 연기한 페페 르 퓨처럼 정말 완벽한 캐스팅도 있지만 빅토르 라즐로를 연기한 실베스터처럼 조금 엉뚱한 결합도 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들은 모두 개조된 영화의 스토리에 어울립니다. 특히 트위티 버드의 피터 로레 흉내는 섬뜩할 정도예요.

영화는 굉장히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8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원작이 102분 동안 다루었던 이야기들을 거의 모두 해치우니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카사블랑카] 비디오를 빠른 속도로 돌려봤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주 실속있는 패러디예요.

영화의 농담은 많은 부분이 [루니 튠즈]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당시 유행했던 [못말리는 비행사]와 같은 패러디 영화들과 닮기도 했습니다. 단지 이 영화는 [못말리는 비행사]류의 실사 사촌들보다 유리합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만화적 과장은 당연한 것이라 보다 영화가 유려하게 느껴지고 [루니 튠즈] 캐릭터들의 원래 개성이 워낙 강해서 평범한 농담이라고 해도 거기에 꽤 신선한 맛을 부여해주거든요.

[캐롯블랑카]는 좋은 패러디 영화이고 좋은 [루니 튠즈] 영화입니다. 30년만의 귀환에 걸맞는 '클래스' 역시 갖추고 있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안전한 길을 걸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90년대에 루니 튠즈 영화를 원래 모습에 맞게 부활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옛 영화의 패러디였을 거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되지만요. (03/12/30)

★★★

기타등등

이 영화는 [카사블랑카 SE] DVD의 두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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