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 Jaws (1975)

2010.02.13 17:34

DJUNA 조회 수:4768

감독: Steven Spielberg 출연: Roy Scheider, Robert Shaw, Richard Dreyfuss, Lorraine Gary, Murray Hamilton, Carl Gottlieb

지금으로부터 꼭 25년 전, [죠스]라는 이상한 제목의 영화가 태어났습니다. 피터 벤칠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젊은 감독의 작품이었는데, 그는 여러 텔레비전 영화와 [슈가랜드 익스프레스]라는 로드 무비로 재능을 인정받긴 했지만, 이런 종류의 대규모 오락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어요. 뉴 잉글랜드의 해변 마을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백상어가 흘러들어와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습니다. 상어를 잡기 위해 전문 상어 사냥꾼과 뉴욕 출신 경찰 서장, 어류 학자가 팀을 이루어 바다로 나가고요.

결과는? 어마어마한 대성공이었습니다. 대성공도 보통 성공이 아니었지요, 이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 [대부]와 같은 기존 흥행작들이 세운 기록들을 하나씩 때려부수더니 역사상 최초로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돌파했습니다. 여름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에 진을 치는 현실을 통탄해 마지 않는 분들은 [죠스]를 저주하시길. 이 영화야 말로 우리가 여름 블록버스터라고 부르는 모든 영화들의 시조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죠스]의 모양새는 요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면 소박하고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특수 효과라고 내세운 것은 가끔 등장하는 기계 상어가 전부지요. 우주선도 외계인도 나오지 않으며 상어들이 엄청난 곡예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스필버그가 후반부의 액션을 살리기 위해 동원한 것은 배 한 척과 남자 셋이 전부였어요.

그러나 스필버그와 그의 팀이 그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낸 영화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죠스]는 여전히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스필버그는 그가 서스펜스를 창출해내기 위해 고안한 트릭의 대부분을 이 영화에서 쓰고 있지요.

그렇다고 [죠스]가 전적으로 새로운 영화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영화는 발 루튼의 호러 영화와 마이클 커티스가 만들었던 해양 모험담들을 적당히 뒤섞은 듯한 작품입니다. 물 속에 숨어서 지느러미만 보여주는 이 식인 기계는 [캣 피플]의 고양이 인간의 어류 변종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이를 잡으려는 세 남자들의 모험담은 전형적인 해양 모험담 이야기지요.

단지 스필버그는 이 모든 것들을 거장다운 필치로 완벽하게 해치웠습니다. '상어를 숨기자'라는 아이디어는 새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상어를 적당히 숨기고 드러내면서 관객들을 자극하는 스필버그의 테크닉은 놀랍습니다. 기본 개념 만으로는 [죠스]의 상어가 주는 충격을 만들어 낼 수 없죠.

그리고 [죠스]는 결코 몇 번의 충격 요법으로만 이루어진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강한 캐릭터들과 그들로 구성된 멋진 드라마가 있었지요. [죠스]는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성적인 영화로, 영화는 로버트 쇼, 리처드 드라이퍼스, 로이 샤이더라는 세 배우가 뿜어대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은 상어 지느러미 하나 쓰지 않으면서도 이 영화의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퀸트의 USS 인디애너폴리스 연설입니다. 정말 쇼의 웅얼거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쫙 끼칠 지경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나중 작품인 [이티]나 [미지와의 조우]보다 훨씬 성숙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스필버그가 아직 자기 스타일을 확고하게 굳히지 않았던 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터 벤칠리의 원작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훨씬 개성 강한 원작을 각색한 [컬러 퍼플]에 묻어 있는 스필버그적인 느낌을 고려해보면 전자 쪽이 더 가능성 높은 듯 해요.

아, 그리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있습니다. 쿵쾅쿵쾅쿵쾅... 윌리엄스가 최소한의 음소만으로 창조해낸 이 무시무시한 음악의 중요성은 거의 버나드 허먼의 [사이코] 음악에 맞먹을 정도였지요.

다시 그 블록버스터 운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과연 여름이 싸구려 블록버스터로 범벅이가 된 것이 스필버그의 잘못일까요? 절대로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일단 여름 블록버스터의 아우성은 결코 영화판을 재미없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스필버그가 등장하기 이전의 70년대 오락 영화 판은 더 재미가 없었어요. 평론가들은 앨트먼이나 코폴라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일반 대중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보았던 영화들은 그들의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요새 블록버스터들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스필버그가 25년 전에 해치웠던 오락 영화의 질에 제대로 도달하는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들이 [죠스]와 같은 영화를 매년마다 제공해준다면 우리가 투덜거려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00/07/21)

★★★★

기타등등

상어의 입장에서 보면 [죠스]는 엄청난 명예 훼손 장면들로 그득한 사기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벤칠리나 스필버그 모두 이 작품에 죄의식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둘 다 아직도 어떻게든 자기들이 상어에 입힌 이미지 손상을 커버하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고 다니죠.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