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도 조던 Here Comes Mr. Jordan (1941)

2010.02.12 22:18

DJUNA 조회 수:4696

감독: Alexander Hall 출연: Robert Montgomery, Evelyn Keyes, Claude Rains, Rita Johnson, Edward Everett Horton, James Gleason

1.

한참 절정에 오른 권투선수 조 펜들턴은 그만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풋내기 천국 메신저의 실수 때문이었어요. 그가 실수하지 않았다면 50년은 더 살 사람이었지요. 천국에서는 실수를 수정하려 하지만 이미 펜들턴의 시체는 화장되고 없었습니다.

펜들턴의 담당관인 조던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조에게 막 아내와 아내의 정부에게 살해당한 파렴치한 백만장자 판스워드의 육체를 줍니다. 조는 판스워드의 육체를 빌려 살면서 베티 로건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권투 선수로서의 야망을 다시 쌓아갑니다. 그러나 판스워드의 육체는 결국 또 죽어야 할 운명이었으니...

2.

[천국의 사도 조던]이 전성기 할리우드가 만든 최고 오락 작품이라는 주장은 거의 정설이 된 것 같습니다. 레너드 말틴은 이 영화에 별 넷을 주면서 "Hollywood moviemaking at its best"라고 토를 달았지요.

참 잘 만들긴 했습니다. 로버트 몽고메리에서부터 클로드 레인즈까지 배우들은 능숙하기 그지 없고, 코미디와 범죄물, 초자연 로맨스와 같은 자잘한 장르들을 뒤섞으면서도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구성을 유지하는 각본은 절정에 오른 일급 장인들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영 미적지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그 완벽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너무나도 빈틈없어 보이기 때문에 도대체 인간이 들어갈 구석이 없습니다. 배우들이 열심히 애를 쓰긴 하지만 그들은 거의 곡예처럼 교묘하게 짜여진 각본에 끌려갈 뿐입니다. 각본에서 벗어났구나 생각할 때 쯤이면 당시 스튜디오 시스템의 모범적인 제작 방식이 또 길을 막고요.

게다가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천국의 사도 조던]보다 훨씬 좋은 영화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과 같은 영화를 한 번 보세요. 파웰과 프레스버거는 결코 [천국의 사도 조던]의 제작팀처럼 편안하게 영화를 만들지 못했지만 그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와 도전 정신, 창의성은 [천국의 사도 조던] 따위는 무시하게 만듭니다.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영화에 비하면 이 작품은 통조림 음식 같습니다.

3.

로버트 몽고메리는 열심히 하고 가끔 꽤 웃기지만 그에게 몰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너무 굳어 있고 몽고메리의 연기가 너무 멀끔하기 때문이지요.

클로드 레인즈는 언제나처럼 좋지만 전 이 배우에게 보다 복잡한 캐릭터와 연기를 기대합니다. 조던은 좀 재미없는 역이더군요. (99/06/09)

★★★

기타등등

워렌 비티가 나중에 이 영화를 [Heaven Can Wait]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도 괜찮아요. 사실 전 그 영화가 오리지널보다 특별히 못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EBS에서는 이 영화의 번역제목을 [조던 천국에 가다]로 정했다가 허겁지겁 [천국의 사도 조던]으로 바꾸었지요. 조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그때까지 몰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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