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키즈 Trekkies (1997)

2010.03.14 04:40

DJUNA 조회 수:4520

감독: Roger Nygard 출연: Denise Cosby, Frank D'Amico, Anne Kathleen Murphy, Nichelle Nichols, Leonard Nimoy, William Shatner, George Takei, Chase Masterson, Kate Mulgrew, Ethan Phillips, Brent Spiner, Wil Wheaton

[트레키즈]의 감독 로저 나이가드는 91년에 [High Strung]이라는 저예산 코미디로 데뷰한 사람입니다. 당시 무명이었던 짐 캐리가 나왔던 것 이외에는 기억할 만한 구석이 없던 이 영화의 주연 배우 중 한 명은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단명한 캐릭터 타샤 야르를 연기했던 드니스 크로스비였습니다.

1년 뒤 다시 만난 그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스타 트렉] 팬들에 대한 화제에 빠지게 됩니다. 여러 컨벤션을 전전하면서 소위 트레키 또는 트레커로 불리우는 이런 팬들에 대한 상당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크로스비는 나이가드에게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그 결과 나온 영화가 나이가드가 감독하고 크로스비가 제작과 나레이터를 맡은 [트레키즈]입니다.

[트레키즈]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스타 트렉] 팬들은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바라 애덤즈라는 아줌마입니다. 인쇄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인 애덤즈는 화이트워터 재판 때 배심원으로 선발되자 법정에 정장으로 [스타 트렉] 유니폼을 입고 나와 매스컴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이 아줌마의 인터뷰 장면을 보세요. 애덤즈는 정말로 진지합니다. 그건 단순한 농담이나 자기 과시가 아닌 진지한 삶의 방식입니다.

치과 의사 데니스 부르귀뇽은 어떤가요? 이 의사선생 나으리는 완전히 [스타 트렉]에 나오는 우주선 선실처럼 꾸며놓은 병원에서 [스타 트렉] 유니폼을 입고 환자들을 진찰합니다. 괴짜 고용주 덕택에 불쌍한 간호사들 역시 같은 유니폼을 입어야 하지요.

이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기 이름을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로 개명한 사람, 벌컨인을 닮기 위해 귀를 뾰족하게 하는 수술을 받을 생각을 하는 사람, TNG에서 Q로 나오는 존 드 랜시의 감기 바이러스를 가지기 위해 그가 반쯤 마시고 남긴 물을 60달러에 사서 마신 사람...

그들만큼이나 정신나간 도시들도 있습니다. 아이오와 주의 리버사이드는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선장이 미래에 태어날 출생지를 자처하며 그의 생일 때마다 요란한 파티를 벌입니다. 캐나다 앨버타의 벌칸이라는 동네에는 도시에서 자랑스럽게 세운 엔터프라이즈 호의 모형이 떡 버티고 서 있고요.

한마디로 모두 놀려대기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그들을 놀려 먹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모두 너무너무 웃기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놀림에 분노하는 트레키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실제로 [트레키즈]를 본 트레키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지요. 영화를 본 트레키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상한 사람들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신나게 웃어댔습니다.

다시 말해 트레키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동떨어진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들 대부분은 사회에서 자기 일을 무리없이 잘 해냅니다. 단지 삶을 살아가고 즐기는 방법이 독특할 뿐이지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코미디언의 불평은 맞습니다. 왜 좋아하는 야구팀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건 당연하고 [스타트렉]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웃기는 일인가요?

그리고 그들의 삶은 야구 중계에만 매달리는 보통 사람들의 삶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지구상에 딱 박혀서 지루한 사람을 사는 것보다 상상 속에서나마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를 누비는 편이 훨씬 멋진 삶이 아닐까요?

영화는 실제로 [스타 트렉]이 구체적인 영향을 끼친 부분도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나왔던 60년대에 다인종, 다종족으로 구성된 [스타 트렉]의 캐스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스타 트렉]에 매료되어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길을 걸은 사람들도 많고요.

그러나 [트레키즈]가 보여주고 싶은 그런 구체적인 이득이 아닙니다. 수십년 동안 시리즈와 시리즈를 이어가며 끌어온 상상 속의 거대한 세계가 현실 사람들에게 거는 마법이 진짜 대상이지요. 정말 멋진 세상이 아닌가요? 세상에 마법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옆 테이블에서 클링온 전사들이 치즈 버거를 먹고 있는 걸 보면서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겠어요? (00/09/23)

★★★

기타등등

국내 출시 비디오의 자막 번역에는 문제가 많더군요. 번역자가 [스타 트렉] 우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분명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beam up과 같은 표현도 모르고 있다면 문제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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