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2010.02.13 18:01

DJUNA 조회 수:6700

감독: Orson Welles 출연: Orson Welles, Joseph Cotten, Dorothy Comingore, Everett Sloane, Ray Collins, George Coulouris, Agnes Moorehead

[시민 케인]은 공식적인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입니다. 세계 영화사를 정리하려는 어떤 리스트도 [시민 케인]을 빼면 완전치 못합니다. 앞으로 어떤 영화들이 나오더라도, [시민 케인]이 달고 있는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배지를 쉽게 빼앗지는 못할 겁니다.

'그런데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과연 예술작품을 그렇게 손쉽게 절대 평가할 수 있을까요? 장 르느와르의 [게임의 법칙],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과 같은 작품들이 과연 [시민 케인]보다 덜 중요한 작품일까요?

[시민 케인]이 계속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절대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적극적인 절대 평가를 포기하고 이전의 명성에 만족하며 안주하게 된 것이죠. 어느 순간 [시민 케인]은 적극적인 감상의 대상에서 내려와 상징이 되고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우린 [시민 케인]이 41년 개봉되었을 때 얼마나 부당한 수난을 받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현대에 와서도 [시민 케인]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사실 [시민 케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린 그 영화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장면이 나와도 제 생각보다는 교과서 문장들이 먼저 튀어나오게 되는 거죠.

위대한 영화라는 지위 때문에 [시민 케인]은 오히려 냉소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는 오슨 웰즈의 팬들 중 [시민 케인]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뽑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비평가들이나 저널리스트도 [시민 케인]에 대해서 곧장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대부분 '꼭 그런 명성을 염두에 둘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라는 식으로 뜸을 들인 뒤 이야기를 시작하죠.

정말 비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 케인]은 결코 대리석 조상처럼 감상되어서는 안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 경력이 거의 없지만 야심에 찬 젊은 천재가 그만큼 젊고 야심찬 수많은 예술가들을 끌고 만든 젊은 영화입니다. 요새 영화에 비교하면 오히려 [펄프 픽션]에 가까울 거예요. 영화는 혈기왕성하며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민 케인]은 이 영화와 함께 걸작 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는 수많은 영화들 중 가장 젊습니다.

슬슬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나요? 미안하지만 이번엔 건너 뛰겠습니다. 사실 쓰려고 했지만 포기했답니다. 반쯤 쓴 글을 보니까 일부는 폴린 카엘이, 일부는 로저 이버트가 이전에 다 했던 말들이더군요. 남의 목소리로밖에 감상을 말할 수 없다니 이 역시 '영화 사상 최대 걸작'의 비극이 아닐까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영화 사상 최대의 걸작'이라는 딱지나 전문가들의 냉소를 무시하고 이 영화를 '영화'로서 다시 한 번 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대리석 조상처럼 우러러 보던 위대한 걸작이 얼마나 생생한 혈기를 유지하는 젊은 영화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01/11/01)

★★★★

기타등등

그렇다고 해서 시네마테크 사에서 나온 구닥다리 비디오로 첫 만남을 시도하지는 마시길. 그 비디오는 심해도 너무 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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