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George Lucas 출연: Ewan McGregor, Natalie Portman, Hayden Christensen, Ian McDiarmid, Samuel L. Jackson, Jimmy Smits, Frank Oz, Christopher Lee, Anthony Daniels, Kenny Baker

[시스의 복수]는 조지 루카스의 [오이디푸스 왕]입니다. 소포클레스와 그리스 비극 관객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그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나, 모두 우리의 주인공 아나킨이 악의 힘에 빠져 다스 베이더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중간에 일어난 일들도 대충은 알죠. 다스 시디어스/팔파틴 의장이 공화국을 접수해서 은하 제국으로 만들었고, 파드메가 루크와 레이아라는 쌍둥이 남매를 낳았으며, 팔파틴과 협조해 제다이들을 학살하고 다녔던 아나킨은 오비-원 케노비와 최후의 대결을 벌였다는 걸요. 관객들과 조지 루카스가 모르는 건 자잘한 디테일인데, 이번 영화는 그 빈틈을 채워줍니다.

왜 아나킨이 제다이들을 배신하고 변장한 시스 군주 팔파틴의 밑에 들어갔냐고요? 야심도 있었고 배신감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랑 때문이랍니다. 아내인 파드메가 죽는 예지몽을 계속 꾸던 그는 시스족의 어두운 포스의 힘을 빌려 그 운명을 막으려 했던 거죠. 하지만 이런 식의 운명 비극들이 대부분 그렇듯, 미래를 막으려 하는 아나킨의 노력은 그가 막으려던 운명을 고정시키고 맙니다. 슬픈 이야기죠.

그러나 이 영화에서 루카스가 소포클레스 수준의 비극을 성취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루카스는 여전히 그렇게 좋은 각본가는 아닙니다. 대사는 심심하고 스토리는 작위적이지요. 영화의 드라마가 그나마 힘을 유지하고 있는 건 각본의 힘이 아니라 설정의 힘입니다.

그러나 그 드라마의 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오리지널 3부작의 주인공들은 운명에 도전하는 씩씩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팔파틴 의장을 제외한 프리퀄 3부작의 인물들은 운명에 질질 끌려다닙니다. 멋진 비극의 설정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엔 그런 비극을 살릴만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나킨이 자신과 아내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발버둥을 쳐도 그는 끈끈이 종이에 잡힌 파리일 뿐입니다.

프리퀄과 오리지널을 연결하려는 불필요한 노력도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 츄바카를 다시 본 게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과연 츄바카와 요다가 꼭 아는 사이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왜 아나킨이 C-3PO을 만들어야 합니까? 왜 클론 트루퍼들의 개발자가 보바 펫과 연결되어야 합니까? 시리즈를 완결하려는 작가들은 툭하면 이런 야심에 말려드는 경향이 있는데, 루카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복잡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아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너무 복잡해요. 그냥 복잡한 게 아니라 루카스가 통제할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이 영화엔 디테일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게 스토리이건 비주얼의 배경이건 말이에요. 은하의 운명을 좌우하는 운명의 결투가 벌어져도 관객들이 쉽게 집중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배우들 역시 이전의 한계 속에 갇혀 있습니다. 아무래도 블루 스크린 앞에 배우들을 세워놓고 허겁지겁 찍는 건 배우들에게 최대한의 연기를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의지가 강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겠죠. 유일하게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인물인 팔파틴 역의 이안 맥다이어미드는 힘있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의 복수]는 다소 불안하게 시작되었던 프리퀄에 나쁘지 않은 결말을 부여합니다. 작위적이고 어색하게 짜여졌지만 여전히 비극은 비극입니다. 그것도 전우주적인 장엄한 서사시지요. 루카스는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의 세계 정세와 영화 속 사건을 비교하며 이 이야기에 다른 차원의 무게를 부여하는 관객들도 있을 겁니다. 앞의 두 편에서 비교적 산만하게 진행되던 음모가 폭로되자 액션 장면들도 자기 자리를 찾았습니다.

슬슬 프리퀄 3부작을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군요. 전 이 세 편의 영화에 모두 미적지근한 별 셋을 주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전 제이크 로이드의 미스 캐스팅과 자자 빙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위험]이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클론의 습격]의 순진한 정치 철학과 형편없는 연애담이 더 심심하다면 심심했지요. 지나치게 화려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시리즈의 미술적/기술적 성취도는 상당하고,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들은 진지하게 평가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멀리서 떨어져 3부작을 다시 보면 여전히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리퀄 3부작은 독립된 비극이 아닌, 오리지널 3부작에 붙은 길고 장황한 부록처럼 보입니다. 루카스가 자신의 에고를 접고 보다 자유롭게 작품들을 각색하고 해석할 보다 재능있는 작가들과 감독들을 찾았다면 이 영화들은 모두 훨씬 나아질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가 정말 그 정도로 융통성 있고 야심이 없는 남자였다면 이런 프리퀄이 만들어질 수도 없었을 거예요. (05/05/18)

★★★

기타등등

다스 베이더가 그처럼 파드메를 사랑했다면 왜 루크와 만났을 때 아내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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