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 HERs (2007)

2010.02.22 22:17

DJUNA 조회 수:2925

감독: 김정중 출연: 김혜나, Elizabeth Weisbaum, Susie Park, Will Yun Lee, Karl Yune, Chris Devlin

[허스]는 미국에 사는 지나라는 이름의 세 한국계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지나는 한국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여성으로 어쩌다가 매춘조직에 말려들었다가 달아나는 중이죠. 두 번째 지나는 라스 베가스에서 콜걸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버리지 못한 30대 여성이죠. 세 번째 지나는 40줄에 접어들어 벌써 퇴물이 된 매춘부로 망가진 몸과 정신을 간신히 추스려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알래스카로 갑니다.

이들은 동일인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세 이야기를 마치 한 사람의 일생처럼 다루고 있지요. 세 사람은 이름과 직업뿐만 아니라 겉보이엔 별 의미가 없어보이는 문신이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소재들로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의 한국 장면까지 포함하면 20대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인생을 망친 한국 여자의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암만 봐도 지나 2와 지나 3이 지나 1처럼 나이 들어 이민 온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하여간요.

영화의 교훈은?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여자가 미국에서 몸 팔다가 신세 망쳤다"인 것 같군요. 아무리 만든 사람들이 고상한 말로 치장해도 영화가 가장 목 놓아 외치는 건 바로 이거예요. 사라져 가는 희망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조금씩 시들어가는 지나들의 슬픈 묘사도 바로 이런 냉랭한 교훈을 살리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처럼 보입니다. 주인공들이 아무리 잡초처럼 강해져도 빠져 나갈 구석이 없고요.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보다는 일단의 스케치에 가까운데,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로스 앤젤레스 에피소드는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이고, 라스 베가스 에피소드는 인터넷 채팅과 관련된 노골적인 클리셰를 너무 심각하게 쓰고 있어서 맥이 빠지고, 알래스카 에피소드는 충분히 시적으로 고양될 수 있는 이야기를 신경질적인 어조와 남발하는 기계적 상징들로 반쯤 말아먹어요. 열심히 하는 배우들에 비해 과연 각본이 캐릭터들을 깊이 팠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습니다.

[허스]의 스토리 구조는 새롭지만, 그 구조를 떼어내면 우린 아주 익숙한 장르와 마주칩니다. 바로 70년대 호스티스물요. 시대와 공간이 다르니 당시 장르의 감수성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고 또 그럴 수도 없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미국을 무대로 한 호스티스 물이라는 점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07/07/24)

★★☆

기타등등

로스 앤젤레스 에피소드에서 김혜나와 윌 윤 리는 대화 중일 때도 따로 따로 한국어와 영어만 고집하더군요. 물론 그런 식으로 대화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중간중간에 영어나 한국어를 섞어주는 편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너무 인위적으로 들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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