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2008)

2010.02.07 22:07

DJUNA 조회 수:6513

감독: 정윤수 출연: 손예진, 김주혁, 주상욱, 천성훈, 김병춘 다른 제목: My Wife Got Married

[아내가 결혼했다]의 남자주인공 노덕훈은 예쁘고 애교만점에 속궁합도 잘 맞고 취미도 같은 여자친구 주인아와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한동안 잘 살던 아내가 갑자기 폴리가미의 실천자가 되어서 남편을 하나 더 맞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음... 한 여자가 두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지요. 그걸 남편과 남자친구가 인정할 수도 있고요. 그들이 일부일처제 제도를 무시하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죠. 누가 뭐란답니까.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게 그렇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이게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따른 것이라면 상관 없죠.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아는 이 모든 것을 정치선언처럼 다루고 실천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소위 '발칙한 사회적 도발'이라는 것을 정치선언처럼 다루면 이야기가 대책없이 촌스러워집니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온갖 사회학적 실험을 목격한 21세기 사람들의 눈에는 더욱 그렇죠.

물론 현실세계, 특히 한국에서 이런 식의 관계가 여성주도적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도발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주인공 주인아가 그렇게 하나요? 아뇨, 이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두 남자 뿐이고 주인아는 주변사람들을 철저하게 속이면서 두 집 살림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게 뭡니까. 그냥 삽질이에요.

손예진이 연기하는 주인아를 보면 더 막막해집니다. 전 우리가 주인아의 내면을 읽지 못하는 건 이해하겠습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노덕훈의 시점에서 전개되니까요. 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본다고 해도 손예진의 모습은 도발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사람은 그냥 참 귀엽고 깜찍하고 예뻐요. 영화를 보면 이 사람이 뭔가 쟁취하려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타고난 여성적 매력으로 어장관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의 진짜 교훈은 "손예진처럼 예쁘고 귀여우면 두 남자를 한꺼번에 데리고 살 수도 있다" 정도인데, 그런 이야기를 꼭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노덕훈은 주인아보다 이해하기가 쉬운데, 그래도 그의 행동이 와닿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실 와닿고 와닿지 않고를 떠나 그냥 재미가 없지요. 그의 행동은 정말로 괴상한 주인아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전부입니다. 다른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영화는 반질반질 매끄럽게 잘 만들었습니다. 빠르고 흐름도 좋고 때깔도 괜찮으며 두 배우의 연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예진이 귀엽죠. 하지만 이걸 고려한다고 해도 영화의 뻣뻣한 설정과 그게 얽혀있는 주인공들의 무리한 행동을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자기네가 뭔가 엄청 혁명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우쭐거리는데, 그건 사실도 아니거니와, 그런 태도 때문에 재미와 완성도의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 날아가버립니다. (08/10/14)

★★☆

기타등등

재경의 부모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참 암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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