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비밀 The Third Secret (1964)

2014.01.24 18:35

DJUNA 조회 수:4277


저명한 정신분석의인 레오 윗셋 박사가 총상을 입고 사망합니다. 경찰은 흉기에 묻은 윗셋 박사의 지문과 죽기 전에 가정부에게 남긴 유언을 종합해 자살로 결혼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윗셋 박사의 딸 캐서린 윗셋은 아빠의 환자였던 미국인 저널리스트 알렉스 스테드먼을 찾아갑니다. 엉겁결에 탐정 역할을 맡게 된 스테드먼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단서는 캐서린이 기억하고 있는 환자 세 명의 이름입니다.

[세 번째 비밀]은 불안하고 침울한 미스터리물입니다.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서적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고, 탐정 자신도 예외가 아니죠. 범인을 찾는 스테드먼의 여정은 서서히 광기의 함정으로 떨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광기가 범인만의 것이라면 깔끔하겠지만 그럴 리가 없지요.

추리물로서 이 설정은 매력적인만큼 위험하기도 합니다. 용의자들은 같은 의사의 환자라는 걸 제외하면 연관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용의자 대부분이 오로지 범인을 감추기 위한 은폐막으로만 존재하게 되지요. 그리고 추리물에 익숙한 관객들은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누가 범인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요. 시간낭비가 상당한 구성인 겁니다. 원래 각본에서는 용의자가 네 명이었는데, 최종 편집 때 패트리샤 닐이 연기한 환자 한 명이 잘려나갔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도 만들면서 용의자가 너무 많았다고 생각했었나봐요.

다행히도 영화는 용의자들을 꽤 재미있는 인물들로 만들었고 그들에 어울리는 좋은 배우들을 붙여주고 있습니다. 스테드먼이 이들과 상대하는 장면들은 잭 호킨스, 리처드 어텐보로, 다이앤 실렌토가 나오는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묘사하는 60년대 정신분석학적 관점은 낡아보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고풍스러운 재미가 느껴지기도 해요. 어쩔 수 없이 대사 위주지만 더글러스 슬로콤의 아름다운 와이드스크린 흑백 화면은 그 한계를 우아하게 극복합니다.

영화를 지탱하는 진짜 이야기는 스티븐 보이드가 연기하는 알렉스 스테드먼과 파멜라 프랭클린이 연기하는 캐서린 윗셋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이 둘은 30대 아저씨와 14살 여자아이이니 어디선가 철컹철컹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실제로 둘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로맨스의 경계선을 오가고 심지어 정말 그런 관계라는 오해를 받기도 해요. 위험한 상황이지만 두 배우의 화학반응은 좋고 드라마도 강하니 불평할 이유는 없겠죠. 물론 저 같은 파멜라 프랭클린의 팬(우리나라에 또 있나요?)은 반드시 봐야 할 영화고요. (13/12/25)

★★★

기타등등
주디 덴치의 첫 영화입니다. 용의자 중 한 명이 운영하는 화랑 직원으로 나와요.


감독: Charles Crichton, 배우: Stephen Boyd, Pamela Franklin, Jack Hawkins, Richard Attenborough, Diane Cilento, Paul Rogers, Alan Webb, Rachel Kempson, Freda Jackson, Judi Dench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8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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