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Mad Max (1979)

2015.05.17 19:45

DJUNA 조회 수:13285


[매드 맥스]의 시대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 때가 굳이 미래여야 할 이유가 없죠. 세상이 조금 험악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문명은 유지되고 있어요. 그 때문에 비디오로 처음 보았을 때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썬더돔]에서 처음 접했던 [매드 맥스]의 세계와 [매드 맥스] 1편 세계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어요.

사연은 단순합니다. 감독인 조지 밀러와 제작자인 바이런 케네디는 그냥 자동차가 많이 나오는 액션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대 도시를 무대로 하면 제작비가 많이 들었죠. 그러니 인적이 드문 곳에서 싼 값으로 영화를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냥 법과 시스템이 무너져 세상이 많이 험악해진 근미래로 치면 이 배경이 통할 것 같았다죠. 시리즈 영화가 종종 그렇듯, 시리즈 성격이 정해진 건 2편부터. 그러니 [매드 맥스]가 시리즈 중 가장 덜 [매드 맥스]스러운 영화인 건 당연하다고 해야겠습니다. [매드 맥스]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영화는 70년대에 많이 나왔던 익스플로이테이션물의 영역 안에 있습니다. 살인, 폭력, 강간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싸구려 B 영화죠. 주인공 맥스 로카탄스키라는 경찰인데, 잔인무도한 오토바이 갱단 때문에 동료와 가족을 잃고 복수에 나섭니다. 그게 알아야 할 이야기의 전부예요.

일반적인 관객들이 기대하는 복수극보다는 훨씬 어둡고 불쾌한 영화입니다. 폭력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그 때문은 아니죠. 이야기의 비율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의 폭력보다 악당인 오토바이 갱단의 폭력이 훨씬 상세하게 나와요. 그리고 맥스가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서는 건 영화의 4분의 3 지점이 넘어서부터이니 관객들은 복수의 전환점을 기다리며 그런 불쾌함을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환점을 넘어도 이들이 남긴 상처를 채워 줄 만족스러운 카타르시스는 없어요. 영화를 보면 남는 건 장르적으로 소비된 복수극 스토리가 아니라 영화가 그린 희망없고 무서운 세계의 찝찝한 뒷맛이죠.

응급실 의사가 돈 모아 찍은 싸구려 영화이고 그런 티가 팍팍 나는 영화입니다. 너무 돈이 없어서 진짜 오토바이 갱들을 배우로 캐스팅했고 스턴트맨들이 다치면 감독이 직접 치료하고 그랬다죠. 중심없는 각본, 멜 깁슨의 설익은 연기, 브라이언 메이의 오락가락하는 음악은 이들이 아직 미완성의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걸 거의 생방송처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액션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일단 속도감은 시리즈 중 여전히 최고지요. 오토바이 갱들의 질주 사이에 갇힌 아이 묘사처럼 창의적인 장면들도 많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영화가 그리는 폭력과 파괴의 질감입니다. 이 영화에서 질주하고 충돌하는 모든 것들은 내연기관 기계에 대한 매력을 이해하고, 교통사고로 친구들을 잃어봤고, 응급실 의사로 일하면서 금속과 인체, 금속과 금속의 충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온몸으로 익혀왔던 남자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이후 세계관이 완전히 바뀐 [매드 맥스] 영화들 역시 지배하고 있지요. (15/05/17)

★★★

기타등등
[매드 맥스]가 미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배급사에서는 관객들이 호주 억양을 못 알아들을까봐 영화 전체를 미국식 영어로 더빙해버렸습니다. 블루레이에서도 미국판 더빙이 디폴트로 되어 있더군요. 그러니까 블루레이로 볼 때는 오디오 선택을 먼저 체크하세요. 요새 케이블에서 해주는 거요? 미국판 더빙이 아닐까요? 확인해보시길.


감독: George Miller, 배우: Mel Gibson, Joanne Samuel, Hugh Keays-Byrne, Steve Bisley, Tim Burns, Roger Ward,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950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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