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2 Creep 2 (2017)

2017.12.29 22:28

DJUNA 조회 수:8436


(아무 스포일러 없이 1편부터 먼저 보세요.)

아이디어없이 카메라만 휘둘러대는 파운드 푸티지 호러 영화들에 대한 불평을 요 며칠 동안 여기저기에 하고 다녔는데, 요새 나오는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 중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패트릭 브라이스의 [소름]이 그 좋은 예가 되겠군요. 불필요하게 카메라를 흔들지 않고, 관객들을 겁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휘말려 쓸데없는 쇼크 장면을 넣지도 않고,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드물게 개성 강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을 굴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파운드 푸티지의 기믹을 설득력 있게 잘 써먹고 있지요. 큰 야심은 없지만 사악한 재미가 있는 소품입니다.

얼마 전에 속편인 [소름 2]가 넷플릭스에 풀렸습니다. 이 영화도 역시 파운드 푸티지 물이에요. 1편에서 주인공이 비디오 촬영기사였다면 2편의 주인공은 사라라는 유튜버입니다. 사라는 온라인에 개인광고를 올린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는 [인카운터즈]라는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데, 별 인기는 없습니다. 실망한 사라에게 아론이라는 수상쩍은 남자가 자신의 하루를 비디오로 기록해달라는 제안을 합니다. 사라가 찾아가자, 아론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처럼 들리지만 1편과 프롤로그를 본 관객들은 사실임을 알고 있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아론은 연쇄살인범이었던거죠. 그는 사라를 24시간 동안 살려줄테니 그 동안 자신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어달라는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사라는 고민끝에 이를 받아들입니다.

[소름 2]의 장점은 전편의 반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비디오를 찍는 주인공이 괴상하고 불쾌한 성격의 살인마와 만나는 설정은 1편과 같습니다. 하지만 1편의 주인공과 2편의 사라는 성격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며 살인마와 전혀 다른 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편의 주인공은 당황하고 겁에 질려하고 불쾌해할 뿐이며, 둘의 관계도 일방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사라는 훨씬 야무진 사람이고 아론의 관계도 보다 평등하죠. 적어도 그래보입니다. 아론의 의중이 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지만.

호러의 강도는 1편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아무래도 1편보다 정보가 좀 있는 관객들은 사라를 조금 덜 걱정하게 되고 아론에 대해 덜 불안해하니까요. 대신 영화는 다른 식의 인간관계를 통해 1편에서 탐구하지 않았던 블랙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희생자의 동성애적인 관계 묘사가 지워지고 그 사이에 이성간의 관계가 들어가는데, 물론 이건 그대로 이성애로 연결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1편으로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한 남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끄집어내고 그걸 갖고 새로운 캐릭터 코미디를 만들기엔 충분하죠. [소름 2]는 새로울 게 더 나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조그만 재료에서 의외로 쏠쏠한 재미를 끌어올린 부지런한 속편입니다. (17/12/29)

★★★

기타등등
[소름 3]도 나올 예정이라더군요.


감독: Patrick Brice, 배우: Mark Duplass, Desiree Akhavan, Karan Soni

IMDb http://www.imdb.com/title/tt365479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7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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