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2020)

2020.11.08 23:23

DJUNA 조회 수:3506


[도굴]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물론 차별성은 있어요. 도굴꾼이 주인공인 두 글자 케이퍼 영화는 최근에 만들어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도굴꾼이 그렇게까지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죠. 그냥 사기꾼이나 도둑이라면 범죄자라고 해도 호감이 가는 사람들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굴꾼은 어떨까요?

이건 도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니에요. 주인공 일당들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호감이 가는 인물로 만드는 한국 영화식 방법은 몇 없습니다. 일단 주인공은 복수자입니다. 도입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송영창이 연기하는 악당은 엄청난 보물 수장고를 갖고 있습니다. 역시 영화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나오는 정보입니다. 자, 이제 예고편을 보세요.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보세요. 영화를 보신 다음 비교해보세요. 여러분의 예측에서 벗어난 진행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나마 예측이 어려운 건 송영창에게 고용된 큐레이터인 신혜선 캐릭터입니다. 이 인물을 조금 더 영리하게 썼다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훈이 연기한 남주는 진짜로 지루해요. 캐릭터에서부터 연기 매너리즘까지 다 어디서 본 거 같고 당연히 무개성적이지요.

영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과 지능대결을 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요. 영화의 유일한 목표는 관객들에게 별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막판에 사이다를 먹이는 것 같습니다. 왜 이야기의 도구에 불과해야 할 사이다가 영화의 모든 것이 되고 심지어 재미까지 잡아먹어야 하는 것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호감이 가는 도굴꾼 주인공을 만들려 했다고 했죠. 이 역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복수자가 더 나쁜 악당들을 처치하는 이야기라고 해도 주인공들이 저지르는 일은 반달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지금까지 더 심한 짓을 해왔던 거고. (20/11/08)

★★

기타등등
이제훈 캐릭터는 조선족 상대의 억양을 놀려대고 위기시엔 과장된 게이 흉내를 내기도 하는데, 주인공이 이러면 좀 재수가 없지 않습니까.


감독: 박정배, 배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송영창, 주진모, 이성욱, 박세완, 다른 제목: Coll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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