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스트리트 파트 2: 1978]은 전편인 [피어 스트리트 1: 1994]를 액자 삼아 진행됩니다. 저주에 걸린 여자친구 샘을 구하기 위해 디나는 1978년 나이트윙 여름 캠프 사건 때 살아남은 생존자 지기 버먼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지기의 회상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전편이 [스크림]을 포함한 1990년대 슬래셔를 모방했다면, 이번 영화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원조 슬래셔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가 단순해졌어요. 두 겹이 아니라 한 겹의 재해석이고 그 재해석도 [스크림]식 장르 갖고 놀기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살인과 죽음 모두에 진지해요. 심지어 원본들보다 더 진지하지요.

영화의 재미있는 점은 중요 생존자와 사망자를 미리 정해놓고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죽을 것인가?"의 서스펜스를 일부러 지우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영화의 재미를 전혀 줄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연민을 강화하지요. 이 영화는 원본이 되는 영화들보다 드라마가 훨씬 강합니다. 주인공인 지기와 신디 자매, 신디의 옛 친구 앨리스, 미래의 보안관 닉과 같은 사람들은 모두 얄팍하지 않은 입체적인 인물들이고 이들의 관계와 고민 역시 진지합니다. 그 때문에 살인마의 저주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비극적 무게를 갖게 됩니다.

이 진지함은 영화는 메타적인 성격을 부여합니다. 오리지널 슬래셔 영화 상당수는 여자들을 앞으로 선정적으로 살해당할 잠재적인 시체 취급을 했으니까요. 영화는 여자들의 세계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슬래셔 장르 영화의 역학을 뒤집습니다. 여전히 파이널 걸이 아닌 수많은 여자들이 죽지만, 그들은 잠재적인 시체나 연민의 대상 이상의 존재입니다.

전편만큼 과시적인 살인장면이 난무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도끼를 든 살인마가 날뛰고 다니니 카메라 앞에서 온갖 나쁜 일이 일어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로 무서운 사건은 카메라의 시야 바깥에서 벌어집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이 영화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어린아이들입니다. 살인장면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벌어지는 일은 끔찍하고, 관객들은 당연히 여기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1부와 마찬가지로 2부 역시 독립적인 영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3부에서야 완전히 해결되고 설명되는 숙제와 복선들이 있고, 3부에서 보면 완전히 달라보이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지요. 가능하다면 날 잡아 전편을 한꺼번에 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전 부천 영화제 때문에 1편과 2편 사이에 조금 긴 터울을 두었는데, 그 간격이 뭐라고 중간중간 놓치는 게 조금 있더라고요. (21/07/25)

★★★

기타등등
영화에서 닉이 언급하는 스티븐 킹의 신작은 [샤이닝]입니다.


감독: Leigh Janiak, 배우: Sadie Sink, Emily Rudd, Ryan Simpkins, McCabe Slye, Kiana Madeira, Gillian Jacobs, Olivia Scott Welch, Matthew Zuk, Benjamin Flores Jr., Brandon Spink, Ted Sutherland

IMDb https://www.imdb.com/title/tt970194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73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