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빠진 로맨스 (2021)

2021.12.31 21:04

DJUNA 조회 수:2390


남자친구와 헤어진 자영은 데이트 앱으로 깊은 관계 없이 섹스를 할 만한 남자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걸린 게 소설가를 꿈꾸다가 잡지사 기자가 된 우리지요. 둘은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하고 섹스에 대해 끝도 없는 호들갑을 떨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자영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우리가 데이트 앱에 가입한 건 19금 섹스 칼럼을 쓰라는 편집자의 반강요 때문이었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우리가 쓰는 연재 칼럼의 재료가 되어가고 있었지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정가영의 첫 상업장편영화입니다. 그리고 정말 상업영화처럼 보여요. 정가영이 주인공을 연기하는 대신 전종서가 그 자리에 들어왔고 독립영화의 우중충함이랄까. 그런 게 빠졌습니다. 전체적인 때깔은 10여년 전에 충무로에서 자주 나왔던 로맨틱 코미디들과 비슷해요. 이런 게 벌써 향수의 대상이 되었다니 어이가 없긴 한데. 하여간 상업영화를 만들려면 진짜로 상업영화를 만들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보입니다.

섹스 코미디이긴 하지만 섹스를 보여주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첫 섹스를 무심하게 잘라내버려요. 영화가 진짜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20대 이성애자 여성의 욕망과 경험을 끊임없는 수다를 통해 검열없이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익숙한 수다가 영화 무게와 매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단지 상업영화로 넘어가면서 이전의 느낌이 좀 빠졌어요. 배우들의 합이나 연기는 좋습니다. 하지만 정가영 전작들의 '도발성' 대부분은 익숙한 일반인의 얼굴을 한 정가영 자신의 나르시시즘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역이 전종서에게 가면 카메라가 주인공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지잖아요. 그리고 누가 봐도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주인공이 자신의 외모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성에 대한 자신의 '도발성'만을 자랑스러워한다면 뭔가 그림이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말 역시 좀 쉽게 맺어졌다는 느낌입니다. 저도 텅 빈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는 글쟁이들의 공포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한 일은 여전히 아주 아주 나쁜 일이고, 당연히 그렇게 쉽게 봉합될 일도 아닙니다. 폭로 이후는 진짜 드라마의 시작인데, 영화는 여기에 대해 깊이 고민할 생각도, 이를 활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지 신경 쓰였어요. 폭로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말이죠. (21/12/31)

★★★

기타등등
1. 자영과 우리는 평범한 이름처럼 들리지만 성이 붙으면 사정이 확 달라집니다.

2. 자영의 방에는 [밤치기]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유니버스에서는 [비치 온 더 비치]가 뮤지컬화되었어요.


감독: 정가영, 배우: 전종서, 손석구, 공민정, 김슬기, 배유람, 김재화, 임성재, 임선우 다른 제목: Nothing Seriou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630383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naver?code=1968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