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남녀 (2021)

2022.05.16 23:55

DJUNA 조회 수:2761


영진은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만년 대리입니다. 애써 낸 아이디어는 묵살당하고 승진은 가망 없고. 도대체 미래가 안 보이는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팀에 낙하산 과장인 준설이 나타납니다. 둘은 몰래 연애를 시작하고요.

이 정도면 전형적인 오피스 배경 로맨틱 코미디의 도입부입니다. 하지만 [파란입이 달린 얼굴]의 감독 김수정의 신작 [평평남녀]는 이 장르의 관객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가 온 몸으로 편안한 감상을 막고 있지요. 관객들에게 장르에 맞는 전개와 결말을 주는 건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닙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남자 주인공 준설입니다. 이 인물은 정말 매력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건 이 사람이 못만든 캐릭터여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준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정보값이 많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람입니다. 억척 엄마에게 끌려 다녔지만 실력도, 머리도 없어서 늘 따돌림 당하고 그 때문에 평생을 열등감에 시달리고.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들에게 공감성 수치를 안겨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영진은 준설과 연애를 시작합니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가장 설래는 단계인데 관객들은 말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연민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감정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도.

로맨틱 코미디의 틀은 준설이 영진의 아이디어를 멋대로 가져와 자기 기획에 쓰면서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준설은 이 영화에서 가장 무능하고 한심한 사람이지만 약자가 아닙니다. 남자이고 빽이 좋으니까요. 그리고 그 두 가지가 결합되자 준설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이를 자신의 성취라고 믿습니다. 적어도 믿고 싶어합니다. 결과는 무척 추하고 그만큼이나 현실적입니다. 이런 세계에서는 올바른 로맨스가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거짓말은 거의 안 하는 영화입니다. 해야 할 말은 다 하는 영화이고요. 그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이야기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을 거 같은데, 그건 영화가 처음부터 알면서 감당해야 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 융통성없고 정직한 이야기가 지루한 건 결코 아니거든요. (22/05/16)

★★★

기타등등
극장개봉되는 이태경의 첫 장편 주연 영화입니다.


감독: 김수정, 배우: 이태경, 이한주, 이봄, 유민곤, 서갑숙, 다른 제목: . Unboxing Girl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22025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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