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The Town (2010)

2011.01.27 23:15

DJUNA 조회 수:12318


[타운]의 오프닝에 뜨는 자막은 보스턴의 찰스타운이라는 동네에 대한 흥미진진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제공해줍니다. 그곳의 노동자 계급 남성들에게 무장강도는 거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전해지는 가업과 같다는 것이죠. 오로지 무장강도들로만 이루어진 지역 커뮤니티를 상상해보세요.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물론 찰스타운이라고 정말 강도들만 살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 말미에 자기 방어용으로 뜬 자막이 말한 것처럼, 그곳에도 열심히 일하는 정직한 사람들이 더 많겠죠. 그러나 그 '일부'의 사람들은 여전히 멋진 이야기 소재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더그 맥크레이라는 강도입니다. 원래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어 찰스타운을 떠나고 싶었던 친구지만 결국 지금은 감옥에 있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장강도일을 하고 있지요. 맥크레이와 그의 친구들은 퍼기라는 꽃집 주인이 운영하는 범죄조직과 연결되어 있는데, 여기서 빠져나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맥크레이와 친구들은 모두 노련한 전문가들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그 일들을 유능하게 수행해나가죠. 그리고 그들에게 강도질은 일생일대의 한 판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직업입니다. 그들은 원래 이런 짓을 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인 겁니다. 그건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FBI 요원 애덤 프롤리와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일에 대해 자존심이 있는 두 프로페셔널 집단의 정정당당한 대결인 거죠. 


이들에게 결함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맥크레이의 단짝 제임스 코플린은 아슬아슬합니다.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폭력적이어서 공들여 쌓아놓은 일들 망치기 일쑤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스토리가 생깁니다. 맥크레이가 그가 강도 때 인질로 잡았던 은행원 클레어와 데이트를 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죠. 코플린이 아니었다면 인질을 잡을 생각도, 그 인질을 제거할 생각도 안 했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클레어는 한 동안 그가 그 때 강도였다는 걸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는 흘러가고 여기서부터는 꽤 신파입니다. 


사실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는 몽땅 다 신파입니다. 범죄세계를 떠나려는 전문가, 그가 사랑하는 여자, 그를 망치려 작정한 친구, 그들을 추적하는 경찰. 이런 구도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는 모두가 잘 아시잖습니까. 여기에 지금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주인공의 아버지 이야기까지 들어가면 익숙한 클리셰로 넘칩니다. 


하지만 감독/주연/각본가인 벤 애플렉은 이 클리셰를 비교적 능숙하게 다룹니다. 여전히 신파지만, 이렇게 성실하게 다루면 관객들은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인류학적인 재미는 이를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아무리 관습적인 이야기 재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타운]은 진짜 세계의 내음이 느껴지는 준수한 하드보일드 물입니다. 


제 생각엔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을지도 몰라요. 척봐도 이 영화는 보다 긴 이야기의 요약판입니다. 125분의 러닝타임은 거의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추가 편집의 결과이고, DVD 확장판의 러닝타임은 150분이라죠. 확장판에 담긴 여분의 이야기가 영화가 의도했던 캐릭터와 커뮤니티에 대한 묘사를 더 담고 있을 가능성도 커요. 언젠가 그 버전도 챙겨봐야겠습니다. (11/01/27)


★★★


기타등등

척 호건의 원작 소설도 얼마 전에 번역되었습니다. 슬쩍 결말만 봤는데, 영화랑 다르더군요. 영화만 보신 분들도 어디에서 영화와 원작의 이야기가 갈라지는지 눈치채실 수 있을 겁니다. 


감독: Ben Affleck, 출연: Ben Affleck, Rebecca Hall, Jon Hamm, Jeremy Renner, Blake Lively, Slaine, Owen Burke, Titus Welliver, Pete Postlethwaite, Chris Cooper, 다른 제목: 더 타운


IMDb http://www.imdb.com/title/tt084036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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