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2010)

2011.03.23 10:44

DJUNA 조회 수:9042


[굿모닝 에브리원]은 학력도 변변치 않고 배경도 없는 젊은 처자가 뉴욕의 방송계에 진출해서 열심히 일한 결과 성공도 얻고 사랑도 얻는다는 영화입니다. 벌써 하품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하긴 이런 내용을 요약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벌써 수백, 수천 번은 시도된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요약은 늘 기만적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어차피 모든 이야기들은 기존의 틀 안에 속해 있어요. 차별성은 늘 디테일에서 나오죠.  


사실 그 디테일이라는 것도 규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이야기는 어딜 가나 비슷해요.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 베키 퓰러가 PD로 일하게 된 IBS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 [데이브레이크]를 통해 우린 비슷하더라도 조금은 다른 세계를 엿보게 됩니다. 아침 프로그램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보통 사람들과 기상/취침 시간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일을 다루는 방식도 다르죠. 물론 사생활을 꾸려가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런 환경 속에서 자기 만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건 캐릭터들의 갈등입니다. 특히 조건은 나쁘지만 재능과 열정이 있는 풋내기 PD 베키와 그녀의 반협박에 의해 억지로 아침 방송을 맡게 된 베테랑 앵커 마이크 포머로이, 그 동안 [데이브레이크]를 책임지고 있던 진행자 콜린 펙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은 영화 전체를 이끌고 있죠.  


베키와 포머로이의 갈등은 어디서 본 듯 해요. 각본가 알린 브로쉬 매케나가 각색을 맡았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생각나더군요. 자기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의 갈등. 단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기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뻔해졌지만 그래도 이야기와 갈등의 균형이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 하기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일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게 더 재미있죠.  


레이첼 맥아담스의 개인적 매력을 등에 업은 베키 퓰러는 정말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샤방샤방 샬랄랄라한 캐릭터입니다. 귀엽고 깜찍하고 예쁘고 싹싹합니다. 이 사람은 굉장히 격정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해요. 단지 그 로맨스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아침방송인 거죠.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이 아가씨는 의욕이 없는 앵커, 무능하거나 멍청한 패널들, 프로그램을 자르려는 상사들과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보는 동안 구호를 외치며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러는 동안 영화는 방송 저널리즘의 의미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브로드캐스트 뉴스]처럼 심각하게 굴지는 않아요. 원래 아침방송에서 대단한 깊이를 바라는 시청자들은 없으니까.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이 저널리즘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다면 오락과 정보 전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지요. 영화가 내리는 답은 적절한 타협입니다. 싱겁게 들리긴 하지만, 원래 베키 퓰러가 필사적인 싸움을 통해 쟁취하려고 했던 것 역시 타협이니, 보기만큼 싱겁지는 않아요. (11/03/23) 


★★★


기타등등

텔레비전의 신이시여, 언젠가 어니가 풍향계 특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독: Roger Michell, 주연: Rachel McAdams, Diane Keaton, Harrison Ford, Patrick Wilson, Jeff Goldblum, John Pankow, Matt Malloy


IMDb http://www.imdb.com/title/tt112661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2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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