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외계인: 폴 Paul (2011)

2011.03.25 10:33

DJUNA 조회 수:9896


[폴]은 사이먼 펙/닉 프로스트 식으로 푼 [이티]의 패러디입니다. 단지 여기서는 코믹콘에 왔다가 UFO 명승지를 돌아다니는 영국인 너드들이 주인공이고, 이들과 친구가 되는 건 00년대 미국 코미디 남자주인공스럽게 걸죽한 성인용 욕을 달고 다니는 그레이 외계인이죠. 우연히 마주친 교통사고로 외계인 폴을 만난 너드들은 폴의 뒤를 쫓는 정부요원들을 따돌리고 그를 고향 별로 보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몇몇 중요한 스필버그 영화들이 패러디되고 그밖의 많은 SF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용됩니다. 이 인용들을 모두 구별한다면 여러분도 너드인 거 맞습니다. 


영화가 써먹는 코미디 대부분은 이미지 뒤집기입니다. 폴은 사랑스러운 스필버그의 외계인도 아니고 [엑스 파일]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그레이도 아닙니다. 초능력이 있고 생긴 것도 다르지만 하는 짓은 평범한 지구인 남자 같죠. 그냥 세스 로건스럽달까. 이게 완벽하게 성공한 농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괴상한 걸 평범하게 만드는 건 재미있긴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건 평범한 거거든요. 이런 평범함을 그리는 동안 지금까지 쌓인 그레이 전설 상당수가 날아가버린 것도 조금 실망. 전 보다 치밀하게 너드스러운 농담을 기대했나 봅니다.  


영화는 영국인의 눈으로 본 미국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러브레터와 야유가 반반씩 섞여 있지요. 펙/프로스트 콤비에게 미국은 스필버그와 너드 문화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무시무시한 총기 문화와 아직도 창조론을 믿는 무식한 기독교 광신도들의 나라이기도 해요. 가끔 이들도 화를 참을 수 없는지, 영화 중간에 작정하고 창조론과 근본주의자들을 까는데, 여기서부터는 귀찮아서인지 농담도 별로 바르지 않습니다. 걔들은 그런 대접을 받을 가치도 없어요. 


[폴]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가 다루는 분야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은 숨은 농담들을 찾으며 낄낄거리실 수도 있을 거고. 하지만 펙/프로스트 콤비의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가벼워요. 진지함과 코미디의 배분이 잘 안 되었달까. 저에게 이 영화는 너무 가볍기만 하군요. (11/03/25)


★★☆


기타등등

블라이스 대너 여사는 안 예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감독: Greg Mottola, 출연: Simon Pegg, Nick Frost, Seth Rogen, Kristen Wiig, Jason Bateman, John Carroll Lynch, Bill Hader, Joe Lo Truglio, Jeffrey Tambor, Jane Lynch, Sigourney Weaver, Blythe Danner, Steven Spielberg


IMDb http://www.imdb.com/title/tt10920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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