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2011)

2011.04.19 00:04

DJUNA 조회 수:8102


한국전쟁을 무대로 한 휴머니즘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적과의 동침]은 시작부터 [웰컴 투 동막골]과 비교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비교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영화가 판박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휴머니즘 접근법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전쟁을 소재로 한 코미디라고 같은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비교는 당연하지만 내용과 태도는 다르다는 겁니다. 


하여간 영화는 라디오도 잘 안 나오는 시골인 석정리에 북한군이 쳐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불필요한 희생을 막기 위해 북한군에게 협조합니다. 이러면서 두 무리는 서서히 어울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엔 이들을 이끄는 정치장교 정웅의 온화한 성격도 한 몫을 합니다. 그리고 정웅과 이 마을 구장의 손녀이고 학교 선생인 설희 사이엔 아슬아슬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해요.


영화는 작정하고 코미디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까지 끌 수는 없지요. 역사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소위 방공호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관객들은 이후의 스토리를 걱정할 것이고 실제로 영화의 진행 방향은 그 예측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감상적인 드라마이고 결코 밝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어색한 결합은 전형적인 한국식이죠.


영화의 스토리 진행 방향은 구식 반공영화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몇몇 캐릭터들과 익숙한 사건 진행은 그냥 반공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죠. 더 세련되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겠죠. 실제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답니다.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었다지만요. 


'웰 메이드'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입니다. 투박하고 촌스럽고 종종 유치하죠. 진부하다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고 각본가와 감독의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박건용은 전작인 [킹콩을 들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런 잡다함 속에서 통속적인 한 방을 끌어낼 줄 압니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다 알면서 속는 기분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보다는 엔드 크레딧에서 모델이 된 사건을 실제로 겪었던 노인들의 인터뷰가 더 찡했습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사건 기술과 암시만으로 구성된 실화는 더 아련하고 짠하더라고요. (11/04/19)


★★☆


기타등등

정려원의 연기는 괜찮았지만, 시골 아가씨치고는 피부가 너무 좋아요.

 

감독: 박건용, 출연: 김주혁, 정려원, 유해진, 변희봉, 김상호, 신정근, 양정아, 가원, 전노민, 김보연, 다른 제목: In Love and the War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In_Love_and_the_War.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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