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스티븐 쉬보스키는 1999년에 [월플라워]라는 성장소설을 냈습니다. 이게 잘 팔리고 컬트팬을 모으고 이슈가 되자 자연스럽게 영화화 계획이 이어졌겠죠? 마침내 2012년 이를 각색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단지 이 영화에는 다른 베스트셀러 영화판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원작자인 쉬보스키가 각색을 맡아서 했을 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맡았던 거죠. 영화가 원작을 망쳤느니 하는 불평을 원천차단했다고 할까요.

시대배경은 1990년대 초이고, 주인공은 찰리라는 15살 소년입니다.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어요. 찰리는 외톨이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흔이 심각한 아이입니다. 친한 친구 한 명이 자살을 했고, 헬렌이라는 이모의 죽음 이후 트라우마 때문인지 환각과 기억상실에 시달리고 있지요. 그래도 운이 좋아서 찰리는 이복 남매인 패트릭과 샘과 친구가 됩니다. 학교에서는 극작가 출신이라는 친절한 영어교사 빌이 그의 가이드 노릇을 해주고요. 찰리는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에게 익명의 편지로 보냅니다. 

나름 로맨스도 있고, 숨겨진 비밀도 있고, 반전도 있지만, [월플라워]는 구체적인 스토리로 감상할 영화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찰리 같은 아이들이 통과제의적인 시기를 거치면서 느꼈을 온갖 감정들을 전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다음에 그 기능을 하는 스토리가 따라오죠. 준수한 캐릭터들이 우아하게 엇갈리며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영화지만 그 감정만 제대로 전달한다면 이들은 충분히 대체가능한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소설과 영화는 상호보완적입니다. 소설은 찰리의 내면을 보다 깊이있고 꼼꼼하게 그립니다. 1인칭을 벗어난 영화는 캐릭터 묘사가 더 선명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에서는 제목으로만 언급되는 노래들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긴 소설을 읽는 동안 이 음악들 때문에라도 원작자가 영화화에 매달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캐스팅은 거의 완벽합니다. 가장 좋았던 건 패트릭으로 나왔던 에즈라 밀러입니다. 캐릭터 자체가 화려하고 연기할 거리도 많았으니 가장 튈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는 이 영화에서 배우 보는 재미의 절반 이상을 가져갑니다. 로건 레먼이 수줍음과 예민함을 조금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원래 그런 아이들은 안 그런 척하면서 티를 내고 다니죠. 엠마 왓슨은 이들 트리오 중 가장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전 그런 모습이 오히려 반갑더군요.  늦기 전에 호그와트가 아닌 머글 세계의 고등학교에도 한 번 다녀봐야죠.   (13/04/17)

★★★☆

기타등등
쉬보스키의 나이를 계산해봤는데, 여전히 찰리보다는 많습니다. 70년 생이니까요. 왜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잡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자서전적인 경험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감독: Stephen Chbosky, 배우: Logan Lerman, Ezra Miller, Emma Watson, Paul Rudd, Dylan McDermott, Kate Walsh, Johnny Simmons, Nina Dobrev, Melanie Lynskey, Mae Whitman,  Erin Wilhelmi, Adam Hagenbuch, Joan Cusack

IMDb http://www.imdb.com/title/tt165933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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