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국에서 버팔로 빌을 만났다]의 무대는 아직 흑백 텔레비전이 대세이고, 아이들은 고무줄과 구슬치기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인 줄 알며,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아직 서부극이 인기이고, 벨보텀이 유행이던 시절의 프랑스입니다. 당연히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의 어린 시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겠죠.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고 합니다만.

영화는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장이라는 소년이 몇 개월 동안 겪은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꼬마 니콜라]가 생각이 날 텐데, 그보다는 조금 어두워요. 장은 첫 날부터 반의 놀림감이고 학교 깡패의 표적인데다가 통조림 공장 사장인 아빠는 일 때문에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해요. 그리고 장과 장의 동생 폴에게는 엄마가 없습니다. 이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설명되지 않아요. 보모인 이베트가 두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 빈 공간은 충분히 채워지지 않죠.

영화의 조금 긴 제목은 엄마의 부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웃집에 사는 소녀 미셸은 장과 폴의 엄마한테서 그림엽서가 왔다면서 아직 글을 완전히 깨우치지 못한 장에게 그 엽서를 읽어주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엄마는 미국에서 버팔로 빌도 만나고 미국 원주민도 만나면서 신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미셸이 읽어주는 엽서 이야기는 장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는 곧 월터 미티 스타일의 판타지로 이어집니다. 이 장면들에서는 잠시 화면 비율도 바뀌어요.

아까 이야기가 조금 어둡다고는 했지만, 그건 현실적인 어두움입니다. 정말 컴컴한 이야기는 아니고 또 늘 그런 어두운 이야기만 하지는 않아요. 장은 결국 친구들도 사귀고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것 같았던 몇몇 역경도 극복하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아주 조금 성장합니다. 여전히 글도 제대로 못 읽는 1학년짜리 꼬마지만 현실과 판타지를 구별할 줄 알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것입니다.

디테일이 생략된 깔끔한 그림들로 구성된 2D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가 그리는 70년대 프랑스의 향취는 의외로 강합니다. 저와 같은 외국인 관객들도 그렇게 느꼈다면, 프랑스 관객들에게는 더 강한 인상을 주었겠죠. (13/11/09)

★★★

기타등등
구슬치기는 그렇다고 해도 고무줄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거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요새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까?


감독: Marc Boreal, Thibaut Chatel, 배우: Marc Lavoine, Julie Depardieu, Tom Trouffier, Alice Orsat, Théo Benhamour, Anatole Lebon, Alexandre Aubry, 다른 제목: My Mommy is in America and She Met Buffalo Bill

IMDb http://www.imdb.com/title/tt276847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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