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레몬과 사라 폴슨이 공연한 1998년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다고 해서 봤어요. 홀마크에서 제작한 텔레비전 영화인데, 화질은 안 좋습니다. 게다가 크레디트가 불어로 되어 있더라고요. 소스를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길, 넷플릭스에서는 곧 내린다고 하더라고요.

잭 레몬은 톰 게린이라는 이름의 은퇴한 가구제작자로 나와요. 평생을 같이 살던 아내와 사별했고 막 살던 집을 떠나 아들과 며느리가 사는 집으로 들어갔죠. 자신이 죽은 날만 기다리는 쓸데없는 퇴물로 느껴져 우울해하던 톰에게 거의 반 세기 전에 알고 지냈던 여자가 보낸 편지가 도착합니다. 톰은 얼떨결에 히치하이크로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로 갑니다. 다행히도 혼자가 아니에요. 어쩌다보니 길을 같이 하게 된 젊은 대학생 리앤과 함께지요. 리앤은 역시 아버지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중이고 그곳은 톰의 목적지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윌리엄 핸리가 각본을 썼어요. 60년대엔 극작가로 활동했다가 70년대부터는 주로 텔레비전에서 활동한 작가인데, 전 세 편 정도를 알죠. [Little Gloria... Happy at Last], [Something About Amelia] 그리고 [Ellen Foster] 각색물. [스칼렛] 미니 시리즈도 이 사람 각색물인데 전 안 봤습니다. 하여간 [마음이 머무는 곳으로]는 헨리의 후기작으로 노인으로 접어든 자기 자신의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핸리는 이 작품 이후 한 작품을 더 쓰고 은퇴했어요.

그렇게 세련된 작품은 아니에요. 딱 8,90년대에 홀마크에서 만들었을 법한 그런 종류의 영화죠. 저예산이고 소박합니다. 톰과 리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조금 인위적이고 큰 발전은 없어요.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리앤의 캐릭터가 조금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것이죠. 모든 게 톰을 중심으로 진행되긴 합니다만, 리앤의 캐릭터가 조금 더 살아 있어야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재미있어질 텐데요. 하긴 그 나이의 남자 노인이 90년대 젊은이를 상상하기는 아주 쉽지는 않았겠지요. 다행히도 핸리가 그리는 은퇴한 홀아비의 묘사는 훌륭하고 울림도 큽니다.

잭 레몬과 사라 폴슨이 한 자리에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그림은 상상을 못했는데 말이죠. IMDb를 검색해보니 레몬은 그 뒤에도 꽤 여러 편을 찍었더군요. 2000년작 [베가 번스의 전설]이 마지막 작품이고 2001년에 사망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21세기를 어디서 맞을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21세기는 보고 세상을 뜨셨네요. (19/03/05)

★★☆

기타등등
자막에서 대패 plane을 비행기로 번역했더군요. 암만 봐도 그냥 대패인데.


감독: Glenn Jordan, 배우: Jack Lemmon, Sarah Paulson, Kristin Griffith, Garwin Sanford, Rosemary Dunsmore, Peter Dvorsky, Tom Butl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14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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