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시스터 Bad Sister (1931)

2021.04.14 14:08

DJUNA 조회 수:5308


[배드 시스터]의 원작은 [위대한 앰버슨가]의 저자 부스 타킹턴의 1913년작 소설 [The Flirt]입니다. 이 소설은 1916년과 1922년에 원작과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는데, 모두 소실된 것 같습니다. 1922년작을 감독한 호바트 헨리가 이 영화의 감독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 번은 무성영화로, 한 번은 유성영화로 만든 것이죠.

미국 시골 마을이 배경입니다. 그 동네의 명망 높은 매디슨 집안엔 마리안과 로라라는 두 딸이 있었는데, 그 중 마리안이 ‘배드 시스터’입니다. 마리안은 외지에서 온 발렌타인 콜리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 봤더니 이 남자는 사기꾼이었어요. 동네에 공장을 세운다면서 매디슨 집안을 등쳐먹은 콜리스는 마리안을 다른 도시에 버려두고 달아납니다. 이제 더 이상 ‘처녀’가 아닌 마리안은 돌아와 자길 좋아하던 의사 딕 린들리의 청혼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린들리는 그 동안 이미 자길 짝사랑하던 로라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도 영화가 끝날 무렵엔 두 자매 모두 좋게 끝납니다. 마리안을 여전히 좋아해주는 부잣집 남자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무지 20세기 초반에 나와 무성영화로 각색될 법한 교훈담입니다. 세상이 궁금하고 동네가 지겨운 젊은 여자에게 세상과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 지 경고하는 이야기지요. 타킹턴의 원작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복잡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저런 이야기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이 영화가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역시 캐스팅입니다. 할리우드 역사에 아주 밝은 사람이 아니라면 마리안 역의 시드니 폭스에 대해 잘 모를 거예요.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는데, 일이 잘 안 풀렸고 결국 1942년에 자살했지요. 하지만 로라 역으로 데뷔한 배우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바로 베티 데이비스였거든요. 영화 개봉 때 자기 연기에 너무 실망해서 엉엉 울었다지만요. 그리고 발렌타인 콜리스를 연기한 배우는 푸릇푸릇한 신인이었던 험프리 보가트였어요. 보면 너무 젊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그래도 캐릭터와 연기 스타일은 벌써 거의 완성된 상태예요. (21/04/14)

★★☆

기타등등
베티 데이비스는 이 영화의 아기 기저귀 갈아주는 장면에서 남자 성기를 처음 보았다고요.


감독: Hobart Henley, 배우: Conrad Nagel, Sidney Fox, Bette Davis, ZaSu Pitts, Humphrey Bogart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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