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다니엘스의 신작 [빌리 홀리데이]는 조핸 해리라는 작가가 쓴 [Chasing the Scream: The First and Last Days of the War on Drugs]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사법주의 마약과의 전쟁을 다룬 논픽션 책인데, 다니엘스는 여기서 빌리 홀리데이에 대한 파트만 따와 영화 각본의 재료로 삼은 거 같아요. 원제인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가 의도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FBI의 마약수사담당팀장인 해리 J. 앤슬링거가 [스트레인지 프룻]을 부른 빌리 홀리데이를 미국을 위협하는 위험한 선동가로 여기고 죽을 때까지 마약 혐의로 괴롭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한 흑인 FBI 요원 지미 플레처가 그만 빌리 홀리데이와 사랑에 빠져 버려요. 검색해 보니 플레처는 실존인물이 맞더군요.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가 얼마나 실화에 충실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빌리 홀리데이 전설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다니엘스는 함정에 빠집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미국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니, 그 연예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거죠. 그 결과 설정이 부여한 선명성은 중간에 사라지고 이야기는 다소 감상적이고 흔한 전기물이 되어버립니다. 저야 이런 영화도 잘 보니까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쉽지요. 게다가 비슷한 상황을 다룬 훨씬 잘 다룬 강렬한 영화가 거의 동시에 나왔잖아요. [유다와 블랙 메시아]요. 비교가 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다니엘스는 빌리 홀리데이 역을 위해 앤드라 데이라는 아주 훌륭한 가수/배우를 데려왔습니다. 연기 경력은 별로 없었지만 홀리데이 역에 이보다 더 나은 캐스팅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이렇다면 저라도 빌리 홀리데이와 관련된 거의 모든 걸 시켜보고 싶었을 거예요. 그게 결국 익숙한 유명인사 성대모사쇼로 빠진다고 해도요. 그리고 결국 이 영화의 장점 대부분은 그 익숙한 과정을 통과하는 앤드라 데이의 존재감 안에 녹아있단 말이죠. (21/11/22)

★★☆

기타등등
빌리 홀리데이 전기 영화로 다이애나 로스가 주연한 [Lady Sings the Blues]가 있습니다. 다니엘스도 처음엔 이 영화가 먼저 한 익숙한 전기영화 틀에서 벗어나려 했겠지요.


감독: Lee Daniels, 배우: Andra Day, Trevante Rhodes, Garrett Hedlund, Leslie Jordan, Miss Lawrence, Adriane Lenox, Natasha Lyonne, Rob Morgan, Da'Vine Joy Randolph

IMDb https://www.imdb.com/title/tt852171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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