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음에 관하여 Om det oändliga (2019)

2021.12.31 19:41

DJUNA 조회 수:1392


[끝없음에 관하여]는 로이 안데르손의 2019년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입니다. 보통 국내에서 안데르손의 영화는 영화제를 한 번 돌면 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이번엔 소지섭이 수입해줘서 극장까지 걸렸어요.

분명한 스토리는 없습니다. 영화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 3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고 편집도 거의 없습니다. 영화의 디지털 화면과 움직임이 적은 배우들 때문에 종종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의 회화처럼 보이기도 해요.

신앙을 잃은 신부, 우연히 길에서 동창을 만난 남자처럼 여러 차례 등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히틀러나 마르틴 보어만과 같은 실존인물, 소련 포로 수용소로 끌려가는 독일군, 딸을 명예살인한 아버지, 폐허가 된 도시의 하늘을 마르크 샤갈스럽게 떠도는 연인들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스칸디나비아의 우중충한 하늘 밑에서 다소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동시대 스웨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가끔 젊은 여자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끼어드는데 대부분 "나는 .... 를 보았다"로 시작됩니다.

[베를린 천사의 시]가 생각납니다. 영화의 내레이션은 인간에게 관심과 약간의 애정이 있는 초자연적인 방관자, 그러니까 신이나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렇다고 이들은 전지자는 아니고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들의 삶에 간섭할 생각도 없어 보여요. 신앙을 잃은 신부 이야기는 그 때문에 더 처량하게 보입니다. 누군가가 관객들과 함께 그 사람을 관찰하고 있지만 그 조건이 이 사람에게 답을 주지는 않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각각의 챕터 안에 갇혀 그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요. 이런 조건하에서 이들은 해답을 포기하고 그냥 존재를 이어갈 수밖에 없지요. 이 절망감을 소재로 삼는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에겐 갑갑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어쩌겠습니까. (21/12/31)

★★★☆

기타등등
마르틴 보어만이 버스 장면에 나온다고 하던데 전 못 찾았습니다.


감독: Roy Andersson 배우: Conny Block, Jessica Louthander, Martin Serner, Lesley Leichtweis Bernardi, Ania Nova, Tatiana Delaunay, Anders Hellström, Magnus Wallgren, Pablo Fernandez-Moreno, Bengt Bergius, Karin Engman 다른 제목: About Endlessness

IMDb https://www.imdb.com/title/tt681794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8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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