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크랩 Queen Crab (2015)

2022.12.31 01:39

DJUNA 조회 수:1361


브랫 파이퍼의 [퀸 크랩]은 며칠 동안 한국 왓챠 사용자들에게서 컬트 영화가 된 작품입니다. 계약이 종료가 되어 내려간 수많은 영화들 중 하나였는데, 이 영화 하나만 '너무 못만들어서 오히려 재미있는 영화'로 찍혔던 거죠. 왜 이 영화만 그 영광을 누렸는지는 아직 모르겠는데, 내려가기 직전까지 [퀸 크랩]은 왓챠 인기 1위였습니다.

영화는 50년대 거대괴물 영화인 [타란툴라]에서 많은 걸 빌려 오고 있습니다. 과학자가 만든 이상한 걸 먹은 동물이 거대해진다는 설정 같은 거 말이죠. 감독 말에 따르면 해리하우젠이 특수효과를 맡은 [신비의 섬]에 나오는 거대한 게의 영향도 받았대요.

내용이 뭐냐면... 당연히 거대한 게가 나타나 시골 마을을 박살내고 사람들을 죽인다는 거죠. 그 게가 그렇게 거대한 괴물이 된 건 주인공 멜리사의 아버지가 만든 신비한 무언가를 먹었기 때문이고 평화롭게 멜리사와 함께 살던 게가 난동을 부린 건 사람들이 자식들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비교적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이 갈등을 해결하려 하는데,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인간 특히 시골 마을 남자들에 대한 혐오를 노출시킵니다. 감독 의도는 아닐 수도 있지만 살인 괴물이 영화 끝에 죽지 않고, 괴물이 죽인 사람들이 대부분 재수 없는 남자들이라면 그래 보이죠. 전 이 선택이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당연히 1억원 미만의 제작비로 허겁지겁 만든 저예산 영화의 조악함을 노출합니다. 대사는 밋밋하거나 유치하거나 괴상한데, 유치할 때나 괴상할 때가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배우들의 탓을 하고 싶지 않은데, 일단 좋은 연기를 하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하고, 연출자가 그렇게까지 정교한 무언가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무 좋은 연기는 흥을 깼겠죠. 아, 그리고 사운드가 진짜로 나쁩니다. 70년대 포르노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질의 소리가 21세기 영화에 나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의 인기요소인 '형편 없는 CG'는 가짜 뉴스입니다. 아니, '형편 없는 CG' 자체는 맞습니다. 이 영화의 크로마키 합성은 정말 엉망이에요. 누끼를 너무 대충 따서 당황스러운 장면이 꾸준히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퀸 크랩은 '형편 없는 CG'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스톱 모션 모형이거든요. 그리고 그 결과물이 비슷한 제작비로 만든 다른 '형편 없는 CG' 영화보다 몇 배는 좋습니다. 'CG 써도 되는데 스톱 모션으로 만들다니 고생했네' 정도가 아니에요. 양감, 무게감, 동작 같은 것이 월등히 나아요. 스톱 모션이라 프레임이 끊어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것도 매력이죠. 몇몇 장면에서는 심지어 감정 묘사도 그럴싸하게 되어 있습니다.

브렛 파이퍼가 제2의 레이 해리하우젠이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관객들은 이런 괴물 영화에서 대단한 사실성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못생긴 CG로 도배하는 대신 기존의 재래식 특수효과와 CG를 결합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22/12/31)

★★

기타등등
영화가 유튜브에 있어서, '왓챠에서 종료되면 거기서 보지'라고 생각했는데 왓챠 종료와 함께 거기서도 내려갔더군요. 계약 종료일이 같았던 모양입니다.


감독: Brett Piper, 배우: Michelle Simone Miller, Kathryn Metz, Richard Lounello, Stewart MacKendrick, Steve Diasparra, Danielle Donahue, Ken Van Sant

IMDb https://www.imdb.com/title/tt231945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69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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