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Jennifer (1953)

2023.01.02 01:04

DJUNA 조회 수:1548


2023년에 제가 처음 본 영화는 조엘 뉴튼 감독의 1953년작 [제니퍼]입니다. 버지니아 마이어스라는 작가가 [코스모폴리탄] 1949년 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아이다 루피노가 연기하는 주인공은 아그네스 랭글리라는 사람인데 한동안 비서로 일했지만 실직했고 돈이 많이 궁한 상태입니다. 로나 게일이라는 사람이 캘리포니아 몬테시토에 있는 저택을 관리해달라고 아그네스를 고용해요. 그런데 이 집에서는 로나의 사촌인 제니퍼 브라운이 수상쩍은 상황에서 실종된 적이 있습니다. 아그네스는 제니퍼가 남긴 일기와 통장을 읽으면서 이 실종사건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근처 여관주인인 짐 홀리스가 아그네스에게 접근해 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가난한 여자주인공이 낯선 저택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모험담요. 제작비 때문인지 저택은 기대보다 작고 제니퍼 미스터리가 처음부터 주어져서 좀 허겁지겁 질주한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그러니까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의 한 에피소드였어도 충분히 먹힐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겁지겁 시작한 영화답게 영화는 결말도 허겁지겁 맺습니다. 후반에 드러나는 진상은 사실 좀 싱거워요. 그게 영화의 주제와도 맞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싱겁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죠. 하지만 과연 그 진상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걸 설명하는 사람은 짐 홀리스인데, 과연 우리가 이 남자를 믿을 수 있을까요? 아그네스 시선이 아닌 몇몇 장면도 조금씩 다른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게다가 영화는 초반과 후반에 약간의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형식적으로는 맺어져 있지만 정말로 맺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죠. 적어도 그렇게 읽으면 영화가 조금 더 재미있어집니다.

어네스트 골드가 작곡한 공들인 영화음악이 있습니다. 그보다 더 눈에 뜨이는 건 촬영인데, 전설적인 제임스 웡 하우의 작품입니다. 햇빛 찬란한 캘리포니아의 저택이 필름 누아르의 테크닉을 입고 고딕 로맨스의 배경이 되는 거죠. 굉장히 매력적인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제가 본 파일의 화질이 너무 나빠서 아쉬었지요. (23/01/02)

★★☆

기타등등
댄스 파티 장면에 맷 데니스가 나와 [앤젤 아이즈]를 직접 부릅니다.


감독: Joel Newton, 배우: Ida Lupino, Howard Duff, Robert Nichols, Mary Shipp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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